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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Dec 21. 2021

스웨덴과 KTH를 선택 한 이유

스웨덴 학사 시스템, 그리고 미리 준비하고 오면 좋을 점들

스웨덴에 온 지 벌써 4달 차, 한국과 다른 학사 시스템에 적응하느라 힘겨웠던 첫 학기도 끝나간다. 돌이켜보면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는 것을 약간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니면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거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름 내 셀프 디펜스를 해보자면 학사 졸업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 공부의 감을 잃었고 지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현저히 늦어졌다. 그래도 이것도 곧 변명일 뿐 대학원 합격 소식을 받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놀기에만 바빴던 나 자신이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블로그 내용은 나와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차후에 나와 같은 좌절과 절망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한국과 스웨덴의 다른 학사 시스템, 그리고 오기 전 미리 준비하고 오면 좋을 점들을 적어볼까 한다. 또한, 현재 석사 지원 시기인 만큼 나와 다른 친구들은 왜 스웨덴을 선택했으며 어떠한 이유로 KTH(왕립공과대학)을 선택했는지 인터뷰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지원 마지막까지 학교 선택에 있어서 고민이 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나의 관점에서 본 스웨덴 그리고 KTH

   Q: 교육 시스템에 있어서 한국과 가장 다른 점은?


<학사 시스템>

이곳은 학사 과정을 쪼개 놓은 시스템이 참 독특한 것 같다. 처음 한두 달은 도저히 이해가 불가였고 심지어 지금도 아리송하다. 그래서 표로 준비해 봤다.

이처럼 한 학기가 2개의 period로 쪼개져 있고 각 period마다 새로운 과목들을 들어야 한다. 어떤 과목들은 P1과 P2가 연결되는 과정들도 있다. 이렇다 보니 2달마다 새로운 과목들을 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2달이라는 시간은 모든 걸 이해하고 과제를 수행하기 너무나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이 든다. 적응 할 때쯤 되면 다음 Period로 넘어가야 해 정신없고 지치는 감도 있다.아직 이 시스템에 대한 장점은 못 찾았다.


<학생의 위치>

반면에 내가 생각한 장점은 학교와 교수님들이 모두 ‘열려있다.’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매번 과정이 끝날쯤 피드백을 요청하곤 하는데 우리나라의 학교들도 동일한 프로세스를 진행하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때는 좀 형식적인 과정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곳에서 학생들의 피드백은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거의 모든 부분을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대학 시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볼 경우 시험지에 내 이름과 학번을 적어 내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곳에선 다수 학생들의 건의로 인해 시험지에 이름을 적는 것이 학생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수용하여 학교 측에서 시험지에 이름은 적지 않고 PN만 적어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또한 교수님과의 사이가 수평적이라서 서로 호칭이 아닌 이름을 부르고 하다 보니 ‘갑과 을’이 존재하지 않아 교수님이 펼친 이론과 서술들에 대해 논의와 토론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더 나은 문제 해결 방법을 얻어 간다는 점이 참 흥미로웠다.


<과제>

오기 전부터 들었다시피 이곳에선 그룹으로 진행되는 과제들이 대부분이다. 거의 10개의 과제 중 9개가 그룹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장점으로는 나만의 관점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관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 각자 잘하는 부분들을 찾아갈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예를 들면 내가 듣는 과목 중 computer lab을 그룹으로 진행하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결과와 analytical 결과를 비교 분석하는 게 있는데 나의 경우는 프로그램을 다루는 걸 더 잘하고 내 팀원의 경우는 공식을 이용해 계산하는 걸 더 잘해 우리는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반대로 단점으로는 위에서 말한 장점들이 단점이 될 수 있는데 사공이 많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들도 생기고, 서로가 잘하는 부분만 하다 보니 못 하는 부분은 계속 못 하는 채로 남아 있는 경우가 생기고, 그리고 한 명이 속도가 뒤처지면 그 한 명은 아무것도 모른 채 따라가기만 바빠져 결국 묻어가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


Q: 오기 전 미리 준비하고 오면 좋을 것들은?

석사 지원을 마치고 합격 소식을 듣고 학교에 입학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았다. 합격을 하지 못할지 아직 모르고 불안한 상황이지만 항상 모든 상황에 미리 대비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당시로 돌아간다면 할 것들은 아래와 같다.


<영어 공부>

석사 지원을 위해서 IELT를 공부하느라 충분히 영어 공부가 됐으리라 생각이 들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영어 공부는 시험을 위한 영어가 아니라 강의를 들을 만큼의 영어 실력 그리고 각자의 석사 전공 분야에서 사용될 단어들 표현을 익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단어를 사용해 와서 Stress와 strain을 영어로 익히는 게 힘들었고 공식을 유도하다, 정의하다 대입하다 등의 단어들이 영어로 생소하게 느껴져 그것 또한 번역해서 익혀야 하는 번거로움과 남들보다 배로 시간이 드는 경우가 고생했다. 


<전공 공부>

만약 학사를 바로 졸업하고 오는 경우라면 베스트이겠지만 나처럼 학사 졸업한 지 시간이 좀 된 사람이라면 전공 책 또는 기본 과정이라도 한 번씩 듣고 오는 걸 추천한다. 석사 과정은 학사에서 공부한 것들을 기억한다는 가정하에 진행되므로 다시 기초를 익히는 수고로움을 덜 하게 된다.


이 두 가지가 내가 가장 후회하는 부분이었기에 꼭 적고 싶었다. 


2.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의 관점에서 본 스웨덴 그리고 KTH 

출처 - 본인


이탈리아에서 온 Enrico, 인도에서 온 Mayu, 그리고 미국에서 온 Qian 과 함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Enrico: 저는 이탈리아에서 왔고 KTH에서 Aerospace Engineering (AE)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Mayu: 인도에서 온 Mayu이고 KTH에서 Vehicle Engineering (VE)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Qian: 저는 미국 사람이고 KTH에서 Sustainable Urban Planning and Design (SUPD)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Q: 많은 나라 중에 스웨덴으로 석사 공부하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Enrico(AE): 2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스웨덴은 유럽 사람 기준에도 삶의 질과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예요.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이곳에 적응하기도 쉬워요. 그리고 다른 이유는 저에게 학비가 무료였기 때문이에요.

Mayu(VE): 전 항상 자동차 산업군에 관심이 많았어요. 저희 아버지가 그쪽에서 일하시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자동차 산업에선 독일과 스웨덴이 여전히 발달한 나라예요. 그리고 인도 사람들에겐 스웨덴은 약간 이주하기 쉬운 나라로 알려져서 많이 선택 하는 것도 같아요.

Qian(SUPD): 미국은 학비가 굉장히 비싸요. 학비로 비교하면 스웨덴에서 공부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고 생각했어요. Enrico가 말한 것처럼 스웨덴어를 하지 못해도 충분히 불편함 없이 살 수 있고 제가 전공하고 있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분야로 봤을 때 스웨덴에서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Q: 자신이 익숙 한 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요?

Enrico(AE): 그룹 프로젝트가 많다는 거예요. 이탈리아의 경우는 주로 강의 듣고 혼자 공부하고 개인 위주의 과제를 수행했던 반면에, 스웨덴의 경우는 그룹으로 진행되는 과제가 매우 많아요. 팀 멤버들과 논의 하고 문제를 찾아가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강의에서 이해 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가는 장점이 큰 것 같아요.

Mayu(VE): 맞아요. 실습 위주의 과제들이 많아요. 제 과 같은 경우는 실제 자동차 회사에도 방문해 현장 실습도 하고 책으로 보는 것보다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빨리 배운다는 걸 느꼈죠. 교수님과의 관계에서도 이곳에선 수평적이에요. 서로 호칭보단 이름을 부르죠. 그게 가장 다른 점인 것 같아요.

Qian(SUPD): 학점 시스템이 좀 다르다는 거예요. 물론 학교마다 다를 수 있는데 KTH의 경우엔 A부터 시작해 E까지 있고 그다음 Fx 그리고 F가 있어요. 그리고 미국만큼 학점을 크게 강조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스웨덴 학생들은 A를 받는 것에 대해 큰 욕심이 없어 보이고 “Pass” 그 자체로 만족하는 것으로 보여요.


Q: KTH를 선택 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Enrico(AE): 학교 랭킹이요. 유럽 내에서 KTH는 랭킹으로 따졌을 때 상위권에 속하는 학교 중 하나예요. 그게 선택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고 또한 제가 공부하는 Aerospace Engineering도 KTH가 유명하죠.

Mayu(VE): 저도 학교 랭킹이 KTH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그리고 Volvo 공동 창업자가 졸업한 학교로 알려져서 선택 안 할 이유가 없었죠.

Qian(SUPD): 전 큰 이유는 없었어요. 단지 2년 석사 과정을 하고 싶었고, 지속가능성에 관련된 과를 지원하고 싶었는데 그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게 이 학교였어요. 현재는 만족합니다.


Q: KTH의 장점이 무엇일까요?

Mayu(VE):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만들어나가려는 모습이요. 예를 들면 Future Campus 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죠.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학교와 기업이 연계해 그 아이디어를 현실로 끌어 오게끔 재정적으로 서포팅을 해줍니다. 이 학교에선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가 참 많아요. 부지런하기만 하다면요.

Qian(SUPD): 가끔 수많은 책과 이론에 길을 잃기 쉬운데 이곳에선 지식과 가정들을 가지고 주어진 프로젝트들을 통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또한 지속 가능성에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고, 관련된 다양한 과목들이 많아 필요하고 관심이 있는 부분을 찾아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스웨덴 오기 전 가장 큰 걱정은 무엇이었으며, 지금은 어떤가요?

Enrico(AE): 날씨와 긴 겨울이었어요. 이탈리아보다 훨씬 춥고 겨울이 되면 해가 3시면 지죠. 우울의 계절이라는 게 이곳에선 존재합니다. 해를 보기 위해 아침에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것도 물론 운이 좋아야죠. 운이 좋지 않은 날엔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서 온종일 해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직 겨울을 다 지내보진 못했지만 다들 겨울 동안 할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엇이든요.

Mayu(VE): 혼자 타지에서 지내는 게 좀 두려웠어요.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게 걱정됐습니다. 독립이 처음이었죠. 그런데 막상 와서 지내보니 여러 국가에서 온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덕분에 이런저런 문화들 그리고 음식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그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Qian(SUPD):  물가가 비싸다고 들었어요. 와서 보니 비싸긴 해요. 그렇지만 그것 또한 살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엔 종종 Karma 나 too good to go 라는 앱들을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자재들을 싸게 사거나 무료로 얻어 해결합니다. 또한 이곳은 Second hand shop 들이 매우 많고 잘 발달되어 있어서 필요한 물품이나 옷들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요. 지구에도 도움이 되고 돈도 절약하니 일석이조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함께 이야기 나눈 친구들도 다 같이 한 입 모아 이야기한다.

분명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과 공부하고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앞으로도 어렵겠지만 분명 최고의 선택이었고 후회하지 않는다. 스웨덴은 우리가 어느 나라에서 왔던 색안경을 쓰고 우릴 바라보지 않으며, 성별 관계없이 평등한 기회를 주고 질 높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이곳에서 분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합격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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