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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Jul 25. 2023

호두강정 만들기에 푹 빠지다.

마음 한조각 8.




한동안 호두강정 만들기에 푹 빠졌다. 한 번 만들 때마다 1Kg씩 만들었으니 퇴근 후 밤 시간을 3~4시간씩 쏟아붓는 날이 많았다. 여러 차례 호두강정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방문할 때 대접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한 번 빠지면 잘 헤어나오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몇 달 동안 심취한 바 있다.


 


호두 강정 _식힌 다음 용기에 담았다.



 

호두강정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지만 내 취향에 맞게 만들어 두면 두고두고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

 

 


호두강정 만들기의 시작은 세척이다. 호두 반태 1Kg을 큰 볼에 담아서 물로 네다섯 번 씻어 낸다. 씻은 호두는 삶는 과정을 거치는데 10분 정도 끓인다. 호두를 삶은 후에 다시 네다섯 번 씻어 낸다. 호두를 세척하다 보면 왜 많이 씻어 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생각 외로 분진이 많이 나온다.



 

호두 반태




삶아낸 호두는 프라이팬에 담고 물기가 사라질 때까지 약한 불로 볶아낸다. 호두를 볶은 다음 오븐 레인지에 열풍으로 말리는 작업을 한다. 호두의 양과 레인지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160도에서 10분 정도 말렸다. 여기까지는 호두강정을 만들기 위한 밑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호두 양념해서 볶기

 



물기를 제거한 호두는 양념을 넣고 볶아야 한다. 호두가 1kg일 때 물350g과 설탕200g, 물엿200g, 계피가루200g을 넣고 저어주면서 졸여야 한다. 나는 계피를 좋아해서 듬뿍 넣는 편이다. 꾸덕꾸덕할 때까지 졸여져서 물기가 없어지면 오븐레인지 선반에 호일을 깔고 호두를 넓게 펴서 담는다. 예열해 둔 오븐레인지에 넣고 180도로 10분 정도 구운 다음 꺼내서 호두를 뒤집어 준다. 호두를 뒤집어서 다시 5분 더 구워주면 계피색을 띈 바삭하면서도 달콤한 호두강정이 탄생한다.


 


영념한 호두 오븐에 굽기


 


호두를 꺼내서 충분히 식혀 주어야 한다. 식으면 신기하게도 물엿과 설탕을 많이 넣었는데도 전혀 손에 달라붙지 않는다. 충분히 식어서 바삭거리면서 윤기가 나는 호두강정이 완성되면 준비한 용기에 담아서 선물도 하고, 냉장고에 보관해 두면 장기간 간식으로 먹을 수 있다.


 


완성된 호두 강정




어릴 적 호두를 내 고향에서는 추자라고 불렀다. 내 고향이 워낙 산새가 깊은 곳에 있다 보니 도랑에 추자나무 한두 그루는 있었다. 동네에서 도랑을 따라 깊은 산으로 조금 올라가야 하긴 했지만 가을이면 추자를 주우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달걀모양으로 길죽한 타원형의 추자였다. 추자 나무가 워낙 키가 크다 보니 손으로는 딸 수 없었다. 추자도 잘 익으면 겉껍질이 밤송이처럼 벌어진다. 추자를 충분히 주워다가 겉껍질은 발로 밟아 떠트린다. 겉껍질을 깐 추자는 물로 여러 번 씻어서 말린다. 말린 호두는 겨우내 저장하지만 어릴 때는 돌맹이로 깨뜨려 먹는 것이 힘들었는지 알밤처럼 즐겨 먹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호두는 정월대보름에 부럼으로 먹는 풍습이 있다 보니 알밤과 함께 먹곤 했다.


 


대학교 다닐 때 미국에서 오신 선교사님 댁에서 살면서 간사로 일을 했다. 선교사 사택 정원에 두 아름은 족히 되는 큰 호두나무가 있었다. 가을이면 떨어진 호두를 수확했다. 그런데 그동안 보아왔던 달걀모양의 호두가 아니라 크기도 작고 동그랬다. 동그란 호두는 처음 보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니 호두의 이름 원형은 '호도(胡桃)'로, 생긴 모양이 복숭아 씨앗과 닮아서 '오랑캐(胡) 나라에서 들어온 복숭아(桃)'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최근 한글 표기로 바꾸어 호두로 표기하게 되었다.



 

현재 지구상 최초로 호두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은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이다. 중국 사상 최초로 서역교통을 개척한 한나라의 여행가 장건이 이를 중국에 전파하였고,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유청신(호:영밀공)이 1320년 경에 우리나라에 들여와 지금의 천안 광덕산에 시재한 것이 우리나라 호두의 시초가 되었다. 당시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가래나무란 뜻으로 당추자(唐楸子)라고 했다. 광덕사 앞의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98호이다. 천안호두가 유명한데 광덕사 앞 호두나무는 천안 호두의 상징같은 나무이다. 유청신이 원나라에서 가져온 그 호두나무는 아니지만 수령이 400년이 넘는다.


 


천안 광덕사 호두나무_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호두의 생육은 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재배의 적지는 대체로 평택 · 원주 · 강릉을 연결하는 이남의 낮은 땅으로 현재 주생산지는 충청북도의 보은 · 영동, 충청남도의 천안 · 청양 · 공주 등이다. 그중 충청도가 전체 생산량의 반을 넘고, 다음이 경상북도 · 전라북도 · 경상남도의 순이다. 생산량은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또는 『세종실록』 지리지 등에는 옥천 · 공주 · 전의 · 경산 · 대구 · 현풍 · 화양 · 예천 · 선산 · 거창 · 광산 · 남원 · 담양 · 구례 등 주로 중남부 이남지방이 생산지로 되어 있다.




열매는 다량의 지방유 · 단백질 · 탄수화물과 소량의 무기질을 함유하는 영양가 높은 식품이다. 주로 생식을 하나 신선로 · 과자 · 엿 등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는 부럼으로 호두를 까서 먹는 풍속도 있다.


 


『산림경제』에서는 독이 없고 먹으면 머리털이 검어지고 강장 · 강정의 효과가 있다고 하였으며, 『향약채취월령』에는 보신(補腎) · 온폐(溫肺) · 정천(定喘) · 윤장(潤腸) · 지해(止咳) · 양위(陽痿) · 변비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하였다.




호두의 지방유는 호도유(胡桃油)라고 하며 질이 좋은 건성유로서 -22℃가 되어도 얼지 않는다. 식용은 물론 그림물감의 제조에도 쓰인다. 목재(월넛)는 질이 치밀하고, 굽거나 틀어지는 일이 없어서 고급 가구재나 장식재로 쓰인다.




호두나무_위키 백과




요즈음은 호두알을 사서 편리하게 호두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계피가루 듬뿍 넣고 호두강정을 만들어 먹으니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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