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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고 May 18. 2024

아이에겐 있고 나에게 없는 것.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오랜만에 약속을 잡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커피를 마셨다. 헤어지려고 자리를 정리하는데 가방에서 선물을 꺼내 쓱 내민다. 예전에 내가 좋아한다고 지나가듯 말한 것이었다. 뜻밖의 선물공세에 당황한 데다가 잊지 않고 기억해 준 마음이 고마워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내가 친구에게 기껏 내뱉은 말은

“우와! 이게 뭐야? 고마워”

그리고

“잘 쓸게” 정도.

희미한 미소와 함께…


  이것이 내 마음 가득 찬 감사와 기쁨에 대한 표현의 최대치이자 한계다. 어른이 되면서 감정 조절하는 법을 배웠고 평생토록 연습하였다. 화가 나면 삭히고 참는다. 슬퍼도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쉽게 보이지 말 것이며, 쉽게 흥분하지 말아라. 감정을 숨기는 게 어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쁜 감정을 숨기고 참는 법을 터득하면서 덩달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감정 또한 숨기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잊고 있던 여러 가지 감정 표현을 마주한다.


기쁘면 소리 내어 웃기.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아이의 기쁨이 내게로 전염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염성 강한 행복 바이러스가 혹여 소음이 될까 걱정되어 소리 내 웃는 법을 잃었다.


  아이가 즐거울 때 하는 행동도 있다.


겅중겅중 뛰거나 춤추듯이 걷기

이런 아이의 행동을 괜스레 따라 해 본 적이 있다. 겅중겅중 걷는 것만으로도 잔잔했던 마음이 들썩이며 즐거워졌다.


  나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할 일이 많지 않다. 마음에 때가 많이 묻었기 때문이다. 쉽게 오지도 않는 기쁨이라는 감정이 세상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아우성칠 때 그러면 안 된다고 꾹꾹 누르고 있었다. 학습된 것이다. 그게 어른다우며 세련된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즐거운 감정은 마음껏 표현하는 게 옳다. 그래야 그 감정이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다음엔 오늘처럼 뜻밖의 기쁨을 만났을 때 내 마음을 최대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에게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기쁜 감정에 대해서만은 어른다움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온몸으로 말하고 싶다.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이것이 아이에겐 있고 나에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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