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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Sep 14. 2021

상사가 취미부자일 때 생기는 일

아윌저스틴유

목사 양반은 취미 부자예요. 골프, 축구, 무조건 차 타고 나돌아 다니기, 거들먹거리며 자랑하기 등등.. 그런 취미 때문에 충만 전도사는 머리가 아파요.     


   어느 날 목사 양반이 CD를 건네주어요. “목사님 이건 뭔가요?” “응, 이거 유명 가수와 듀엣 한 앨범이야. 이거 CD 표지 좀 만들어줘.” “네?!” 유명가수라니요. 충만이는 그 가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 양반이 이제 하다 하다 별 ㅁㅊ짓을 다해요. 듀엣이라니요, 앨범이라니요.. 충만이는 ‘니가 지금 노래 녹음하고 다닐 때냐..’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컴퓨터를 켜요.     


   충만 전도사는 가사를 만들고 표지를 만들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이게 정말 무슨 ㄱ짓거리냐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듀엣이라 했는데, 듀엣이 아니라 노래 틀어놓고 그냥 따라 부른  것 같아요.


   고개를 돌려 목사 양반의 표정을 보니 무슨 가수라도 된 모양이에요. 작업이 다 된 앨범 자켓을 보여줘요. 목사 양반은 상당히 만족하는 눈치예요.     


   목사 양반은 눈으로 가사를 훑다가 흠칫 놀라요. 가사가 틀렸나봐요. “i will trust in you? 아.. 나는 ‘아 윌 저스틴 유’라고 했는데…” 충만 전도사는 귀를 의심해요.. ‘아.윌.저.스.틴.유?’ 살다 살다 이런 미친 영어는 처음 들어봐요. 저스틴 비버도 대성통곡할 문법이에요.     


   그런데 충만 전도사는 가만히 생각을 해봐요..  진짜 듀엣 앨범이라면 자기 가사를 이따구로 부르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텐데…. 그 가수 ㅂㅅ인가?’ 알고 보니 잠시 후 가수와의 통화를 들어보니. 가수가 바빠서 녹음실에서 혼자 녹음한 거래요. 가수의 노래를 틀어놓고 그 위에다가 따라 부른 거였어요. 그게 무슨 듀엣인가요?     


    이건 뭐… 허언증 환자도 와서 엎드려 회개하고 가야겠어요.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죠? 충만 전도사는 이 가공할 영어 가사가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그 옛날 군대고참이 고향에 두고 온 여자 친구를 영원히 항상 잊지 않겠다며, 군복에 새긴 ‘Forever always’ 라는 ㅂㅅ같은 영어가 생각났어요.      


   목사 양반은 무식한 군대 고참 뺨을 후려칠 정도로 무식했던 거예요.. 그 옛날 무한도전에서 했던 ‘교회 바보 어벤저스’라도 해야 할까 봐요.     


   충만이는 내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실소를 참을 길이 없어요. 그러나 죽을 힘을 다해 참아요. 그 앞에서 웃었다가는 전도사 커리어가 아작나니까요.      


   목사 양반은 바쁘다며 사무실을 떠났고 그제서야 충만 전도사는 참아왔던 실소를 터트려요. 눈물을 쏟으며 웃을 때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봐요.     


   현타가 와요. 실컷 재미있게 웃었지만, 사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어요. 진짜 해야 할 일은 못하고 목사 양반의 정신 나간 취미를 거들고 있었으니까요.      


   충만 전도사는 부디 이 양반의 뻔뻔함이 벗겨지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취미가 없어지기를 기도해요. 그래야 잡일 하나가 줄기 때문이에요. 충만이는 취미 부자; 목사 양반 밑에서 잘 쳐나갈 수 있을까요?


   오늘의 동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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