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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Oct 05. 2021

목사가 사장이 되면 벌어지는 일

심방 이즈 호올스

목사 양반은 항상 바빠요. 주중에 초청 부흥회를 다녀와야 하고, 평생교육원 수업도 나가야 하고, 예배 설교도 해야 해요. 사실 교회 예배 설교만 해도 엄청 많아요. 주 6일 새벽예배, 수요예배, 금요예배, 주일 예배 1,2부 한 주에 소화해야만 하는 설교만 해도 10여 개는 돼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어떻게 그걸 다 준비하냐고요? 에이~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요. 목사 양반 정도면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다 커버가 가능해요. 그리고 힙합계에 오토튠이 있다면, 목사 양반에게는 ‘설교 마을’이 있어요.


그게 뭐냐고요? 여러 종류의 설교문을 모아놓은 프로그램이에요. 예수님은 말씀으로 양을 먹이라고 했는데, 정작 목사 양반은 설교 마을로 양을 먹여요.


목사 양반은 엄청 바쁜 와중에도 꼭 챙기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대 심방이에요. 성도를 찾아가 예배 드려주는 것을 말해요. 대체로 그 집안의 기도제목을 듣고 기도해주고 식사도 함께 하는 그런 자리가 심방이에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성도님들은 심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목사 양반 오면 집 치워야지, 헌금해야지, 밥 사 줘야지… 참으로 귀찮은 일이에요.


하루는 김 권사님 댁에 심방을 했어요. 김 권사님은 스무 살 아들과 함께 살아요. 가정형편도 어려웠지요. 편과 이혼하였고, 특별한 벌이가 없이 계시는 기초생활 수급자셨어요.


그런 김 권사님에게 오로지 이 스무 살 아들이 희망이었어요. 그런데 이 스무 살 아들이 패션을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군대를 해결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 옛날 비가 면제받았던 사유. ‘가족부양’으로 해결이 가능했던 것이었어요. 김 권사님은 아들의 군대 면제를 기도제목으로 내놓아요.


충만 전도사는 함께 기도하려고 폼을 잡는데, 그 양반의 목소리가 들려요. ‘권사님 걔는 군대 가야 되는데?! 정신 차려야 되는데?!’ (이 양반 기도 안 했어요.)


이 무슨 쌍팔년도 라테 이즈 홀스인가요? 공감능력이라고는 개미 똥꾸녁만큼도 없는 이 정 떨어지는 멘트란 당최 뭐란 말인가요.


목사 양반이 기도제목을 블로킹한 건가요? 아니. 설령 마음에 들지 않다 하더라도 면전에다 대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건가요? 충만이는 목사 양반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충격의 도가니탕의 심방은 마무리되었어요.


6개월이 지났어요. 목사 양반은 수금이 필요했나 봐요. 또 심방을 하기 시작해요. 김 권사님 댁에 갔어요. 목사 양반은 스무 살 아들내미의 안부를 물어요. 군대를 면제받았다는 이야기에 흠칫 놀라요. (이 양반 까먹었어요.)


권사님은 허름한 봉투에 감사 헌금을 드려요. 들어보니, 아들이 면제받았다고 목사님 기도해주셔서 감사하대요. 그 이야기를 들은 목사 양반은 이야기해요. ‘권사님, 걔는 군대 가야 되는데? 정신 차려야 되는데?!’(이 인간 기도 안했어요.)


충만이는 충격을 먹어요. 6개월 전 했던 이야기를 정확히 토시 하나 빼놓지 않고 컨트롤 c 컨트롤 v 했어요.

충만이는 화가 나요. 눈앞에 있는 이 '88라테'는 이미 목사가 아니었어요. 그저 거드름 피우는 중소기업 사장님이나 다름이 없었어요.


그 민망한 장면을 두 번이나 경험한 후 충만이는 그 목사 양반을 더  이상 목사로 생각하지 않기로 해요. 그냥 김 사장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더 이상 이 교회에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여기 있어봐야 못된 것만 배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죠? 충만이는 교단 인준(정식 전도사)도 못 받았고, 막말로 그냥 밖에 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거예요. 충만이가 전도사 커리어를 이어서 목사까지 되려면 그냥 닥치고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뭐 별 다른 수가 있나요? 그냥 버티는 수밖에.


충만이는 과연 올바른 멘털로 잘 버텨낼 수 있을까요? 오늘의 동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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