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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러치타임 Oct 12. 2021

사장님의 연애#1

대환장의 서막

충만이는 목사 양반 아니 김 사장을 자주 볼 수 없어요. 그는 한 주에 5일을 외출하거든요. 어떤 날은 저번 주 일요일에 보고 이번 주 일요일 아침에 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은혜 나눔 집회 스케줄도 그렇게 많지 않고, 학기도 끝난 마당에  도대체 이 양반은 뭘 하러 돌아다니는 걸까.. 하고 생각해요.


김 사장은 잠시 나갈 때도 차를 타고 나가요. 심지어 머리를 자를 때도 차를 타고 나가요. 참 희한하죠. 축구라면 그렇게 사족을 못쓰는 양반이 외출이 잦고 차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자꾸만 차를 타고 나가요.


물론 교회에 아무도 없으니 충만이는 너무 편하죠. 뭐라고 할 사람도 없고, 눈치 줄 사람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김 사장은 어디만 다녀오면 입버릇처럼 ‘교회가 엉망이네, 사모가 안 받쳐줘서 교회가 안 크는 거네’ 요 딴 개소리를 시전 해요.


그걸 듣고 있는 충만이는 황당할 뿐이죠. 어디 그뿐인가요? 뭐만 하려고 하면 그렇게 ‘미래 가정 명령법’을 시전 해요. 사역 준비 좀 하려고 하면 ‘충만 전도사 지금 집회를 가야 해’(운전해) 청년부 모임을 좀 하려고 하면 ‘지금 청소년부 모임 해서 살려야 해’ (그거 하지 말고 이거 해) 뭘 할 때마다 그 ‘미래 가정 명령법’ 때문에 부아가 치밀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곱게 있어야 전도사 인준도 받고 목사 안수도 받으니, 더러워도 참아야죠.


김 사장은 충만이에게 많은 일을 시켜놓고 또 출타를 해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이발을 하고 온다며’ 그의 상징인 검정 세단을 끌고 나가요. ‘목사님 어디를 그렇게 자주 나가십니까? 미용실 가는데 굳이 차를 타고 나가야 합니까?’라는 말이 목구녕까지 올라왔다가 삼켜요. 전도사 커리어는 소중하니까요.


무심코 김 사장의 컴퓨터를 바라보는데, 뭐에 홀리듯 그의 컴퓨터의 화면을 켜게 돼요. 카카오톡이 떠있어요. 제일 상단에 어떤 여자와의 카톡이 남아 있었고 그 방을 열자 충만이는 충격을 받아요.


이 양반.. 머리를 자르러 간 게 아니라, 그 여자를 만나러 갔어요. 계속 위로 올려 봐요. 어라? 카톡 속의 김 사장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이쁘다고 하고 사랑한다고 톡을 보낸 거예요. 충만이는 순간 마우스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려요.

 

이 여자는 언젠가 전도집회 때 한번 본 여자 목사였어요. 그 여자도 가관이에요. ‘보고 싶다’는 이런 가공할 헛소리가 김 사장의 카톡창에 난무하고 있었어요.


김 사장이 지정한 그녀의 카톡 대화명은 ‘인천 신학대학 총장’이었어요. 뭐 ‘거래처 직원’ 이런 건가요? 충만이는 너무 충격을 받아 전두엽이 떨리고 손발이 어지러워져요. 이 대환장의 연애를 보고서도 계속 사역을 이어가야할까요?


충만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요? 오늘의 잔혹동화 끝.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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