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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Oct 13. 2021

왜 수업이 없어요?

잘 지켜야 해요(1)

옛날, 옛날에 말숙이가 계속해서 한국어 강사로 일을 할 때였어요. 말숙이는 일주일에 한 곳에서 14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었어요. 그것보다 더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법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었거든요.


   그러니깐 일주일에 14시간보다 더 일하게 되면 정말 큰일이 났어요. 그렇게 되면 말숙이는 주휴 수당도 받아야 하고, 나중에 퇴직금도 받을 수 있었거든요. 일개 강사 나부랭이인 말숙이에게 큰일이고 과분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꼭 14시간을 지켜야 했어요. 물론, 서류상으로요.


   언제부터인가 일주일에 14시간도 지켜야 하지만, 월 59시간을 넘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어요. 일주일에 14시간만 지키다 보면 한 달에 60시간 넘게 일하는 달도 종종 있었거든요. 그런데 교육청에서 절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다네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법이 그렇다니, 따를 수밖에요.


   그렇지만 처음엔 말숙이는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일주일에 14시간만 지키면, 한 달에 59시간을 넘길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3월 말이 되어 일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4월이 되니, 월 59시간을 넘겨버리게 생겨버렸지 뭐예요.


   말숙이는 괜한 고민에 빠졌어요. 언제 수업을 없애야 할까 하면서요. 말숙이의 고민이 무색하게 학교에서는 무조건 매달 마지막 날 수업을 뺐어요. 59시간을 넘게 되는 달의 마지막 날은 무조건 쉬래요.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요.


   일주일 전부터 지 부장님이 계속 말해요. 마지막 날 한국어 수업 없는 거, 애들한테 얘기했냐고. 빨리 말하라고. 그날 애들이 한국어 학급 오지 못하게 하라고요. 괜스레 애들이 한국어 학급에 가 있으면 담임들이 힘들다고.


   말숙이가 아이들에게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이야기해요. 내일은 한국어 수업이 없어요. 니에또(Нету: 러시아어. 없어요), 니에또를 외쳐요. 오지 마세요. 안 돼요. 계속 말해요. 한 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더니 이렇게 말해요.


왜요?



   순간 말숙이는 말문이  막혀요. 아이의 물음에 답을   수가 없어요. 내일 한국어 수업이 없는 , 일주일에 14시간,  59시간을 지켜야 해서라고,  앞에 있는 내가, 강사 나부랭이라서, 주휴수당이나, 퇴직금을 챙겨 받으면 큰일이 나는 존재여서 그런 거라고, 어떻게  설명할  있겠어요.


   어차피 아이에게 설명할 수도, 아이는 이해할 수도 없는 말일뿐이에요. 아니, 사실, 제일 이해가  되는 , 법을 지키느라, 아이들의 수업을 지키지 못해, 서글픈 말숙이거든요. 서글퍼도 어쩌겠어요. 그게 법이고, 규칙인걸요.


   여러분도  법을  지키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해요. 말숙이처럼요. 아이들의 수업을 지키지 못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할  없는 선생님이 될지라도 말이죠. 오늘의 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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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쓰는 인간’님의 잔혹동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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