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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인간 Oct 14. 2021

대체 부푼 내 꿈이 어디 갔나 했더니

대체 부품이 되어 버렸네

지난 이야기와 이어집니다.


“허허… 이 새끼 봐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여유 있게 웃어 보이지만, 최부장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한 바가지예요. 나가라고 소리 지르면 철용이가 울며불며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말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네, 저 그만두겠습니다.”


   철용이가 꺼내   잘못했다는 말도, 잘하겠다는 말도 아닌 하얀 봉투 속에 들어있는 사직서였어요.  대리는 다시 생각해보라며 말리고,  과장은 ‘ 그러다 후회할 거라 엄포를 놓아요. 하지만, 철용이는 흔들리지 않아요.


“너 이 새끼, 이 따위로 하고 나가면… 어? 앞으로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애초에 누가 잘못했는데? 일을 맡았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할 거 아냐?!


   회유도 통하지 않자, 이제는 대놓고 협박을 하고 짜증을 내요. 철용이는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하지 않으려고 했던 말을 해요.


“다른 곳에서 일 못하면, 그게 뭐요? 제가 정말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십니까? 아예 다른 곳 아니면 제가 발 붙일 곳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이 뭐요? 애초에 그게 누구 일이었는지 잊으셨어요?”


   민수 씨도 이제야 상황이 파악된 듯 ‘철용아, 아니 철용 씨’하며 애타게 불러보지만 이미 늦었어요. 철용이는 후회 없다는 듯, 아니 오히려 홀가분하게 사표를 제출해요.


“하, 그 호구 새끼 떠나니까 이게 뭐냐…”

“그러게 말이야. 진짜 아오….”


“아오는 무슨, 일 안 해? 오늘도 야근할래?!”


   철용이가 떠난 자리를 김 대리도, 이 주임도 아닌 타 부서의 또 다른 비정규직이 대체해요. 그래요, 입사할 때의 부푼 꿈이 대체 어디 갔나 했더니 누군가를 대체하는 부품이 되어버리고 말았어요.


   아, 그건 그렇고… 그래서 철용이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회사 때려치우고 이제 좋은 직장, 좋은 상사 만났는지 궁금하신가요? 아직 한ㅂ…. 아니 한주 남았어요. 마지막 연재가 올라올 다음 주를 기대해주세요..




총 8주로 기획했던 비정규직 잔혹동화, 마지막까지 꿋꿋하게 금요일은 쉬겠습니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 음감님을 시작으로 저희의, 아니 그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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