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한 순간, 공간은 감각의 파동으로 나를 삼킨다.
지각의 홍수는 떠밀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감각의 파도에 떠밀려 표류하던 나에게는 항구로 도착지를 알려줄 등대가 필요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새빨간 등대는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치 길 안내라도 하듯이.
노오란 지시등을 비추며 자신을 따라오라 이야기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시각적 혼란 속에서도 나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곳.
공간에도 '주인공'이 있다.
유려한 곡선으로 흐르기도 하고, 강렬한 색채로 드러나기도 한다.
넓고 시원한 창이 품어낸 자연, 그 가운데 놓인 조형물이나 텅 빈 공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주인공을 찾는 건 공간의 소리를 듣는 첫 번째 방법이다.
빛나는 주인공 옆에는, 그에 못지않은 조연이 있다.
공간에서 조연은 주인공을 받쳐주는 배경이 아니다.
강렬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건 주인공이다.
조연은 색상과 마감재, 가구와 조명처럼 서로 다른 음색을 겹쳐
하나의 선율로 리듬과 변주를 더한다.
두 존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공간은
완성된 하나의 하모니가 된다.
강렬함과 섬세함, 유려함과 부드러움 등 지휘자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사용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지금껏 우리는 공간의 표면적 대화법만 이야기했다.
사람도 으레 그럿듯, 보다 가까워지라면 나와 맞는 '성격'인지 알아야 한다.
절제된 우아함이 흐르는 공간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잔잔한 충만감이 감도는 공간은 일상의 위로를 전하며,
감각적 차분함이 깃든 공간은 나를 깨어있게 만들고.
시각적 단순함이 자리한 공간은 비움 속에서 단순한 삶을 가르쳐준다.
이처럼 공간의 성격과 나의 삶이 만나는 지점을 관찰해 보자.
"인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이기에,
공간의 성격은 곧 내가 어떤 삶의 살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나의 취향이자 정체성의 투영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