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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Nov 14. 2023

외로움이 많은 사람 말고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

 올해는 정말 나에게 힘들고 또 힘든 한 해다. 되는 일도 하나도 없고 살면서 모든 운을 미리 다 써버렸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최악의 순간들을 계속 마주하고 있다. 인간관계도 끊임없이 정리해야 하는 관계들뿐이다. 진짜 너무하다 싶을 만큼 사람들이 무례하게 행동했다. 30대가 되면 친구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친구들을 많이 정리했다.


 친구들을 정리하다 보니 정리하게 된 친구들의 공통점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평소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 남은 친구들의 공통점은 혼자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던 친구들은 연애가 끊기는 걸 병처럼 두려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혼자를 못 견뎌했고 연애하지 않는 기간에는 유독 나를 많이 찾고 같이 무엇인가를 하길 원했다. 그러다 연애를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연락을 끊곤 했다. 그리고 연애가 익숙해지고 상대방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 다시 나에게 연락을 하며 만남을 요청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쌓여갈수록 그들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내가 남자친구의 대체제로 생각이 드는 듯했다. 그런데 그들의 행동에는 참 모순이 많았다. 남자친구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나를 불러서 같이 여행하고 맛있는 걸 먹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것과 내가 계산하고 선물을 주는 것을 점점 당연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자신은 나에게 해주는 것도 배려하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내가 이런 부분에서 화를 내면 나보고 무서운 사람이라며 비꼬고 까내렸다. 어떤 이는 남자친구보다도 가족들 보다도 더 많이 챙겨주고 중요한 순간마다 도움을 주었는데 그에 대한 고마움 따윈 없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약속했어도 자기가 안되면 못 만나는 거고 약속을 취소했어도 자기가 되면 다시 만나야 한다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논리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에게도 최선을 다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한 것인데 연애하는 사람에게는 비싼 선물도 하고 같이 해외여행도 가면서 나와 만날 때만 되면 돈이 없다며 얻어먹고 신세한탄만 하기 시작한 그들을 멀리하고 싶어졌다. 진작 멀리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제야 바로잡기 시작했다. 관계를 끝내기 전 고민하는 시기에 그들과의 연락과 만남에서 평소에 해주던 것들,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기 밥 사주기 선물 주기 만남 코스 짜기 등등 모든 것들을 중단했는데 반응은 정말 최악이었다. 갑자기 왜 그러냐는 반응이었고 그들은 항상 당연하게 생각하던 나의 배려와 사랑의 모든 행동이 사라지자 매일매일 무슨 일이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내가 힘들다고 해도 많이 피곤해도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던 말이었다. 항상 자기들이 해왔던 대로 행동하니까 내가 무슨 일이 있는 갑자기 이상해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외로움이라는 병이 사람을 이토록 불안하게 만들고 이상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들이 외로울 때만 사람을 찾고 열정적이었다가 외로움이 무언가로 인해 채워졌다 싶으면 굉장히 무례해지고 무관심해졌다. 반대로 내가 정말 미치도록 힘들고 지치고 외로운 순간에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면 연인과의 약속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그들이다. 외로움에 미쳐버린 사람들을 위해 정말 바보같이 이용당하고 살아왔다.


 혼자여도 괜찮은 사람, 친구들은 내가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은 항상 당연한 것이 아닌 대단한 배려고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 말, 그 마음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그에 대한 보답도 꼭 해주는 사람들이다. 마음이 건강한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이런 친구들과 있다 보면 나도 굉장히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행복한데, 그동안 친구들을 만나면서도 불편하고 때때로 머리가 아팠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겠지. 친구가 많을 때보다 1~2명의 적은 수의 친구들만 남게 된 지금이 더없이 행복한 것 같다.


 정답은 아니지만 경험에 의한 꿀팁 아닌 꿀팁을 주자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주변에 혼자여도 괜찮을 사람들을 두는 것이 좋다는 거다. 혼자인 것을 못 견디고 불안해하는 친구들은 정리하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감당이 가능하다면 옆에 두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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