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적지에 언제 도착하게 될까?
나는 길치여서 한 번에 빠르게 길을 찾지도, 기억하지도 못한다. 이것이 비단 진짜 길 위에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내 인생 앞에 놓인 길고도 거대한 길 위에서도 그 앞에서도 이러한 형국이 이어졌다.
남들은 단기간에 지름길로 쉽고 빠르게 길을 찾아 목적지에 도달했다는데, 나는 가장 먼저 출발했으면서도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동안 뒤늦게 출발한 사람들은 멀어져만 갔고 내가 가고 싶은 목적지, 목표와도 멀어져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인생에서도 한 번에 길을 찾아 바르게 간 적이 없었다. 매번 꾸불꾸불한 길도 아닌 것 같은 곳들을 다 돌아보고 한참을 고생하며 찾고 찾아야만 진짜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춰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고 틀린 길이라고 하더라도,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도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 나도 도착할 거라는 그 믿음과 노력이라는 치열함,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도전하고 참는 인내가 있다면 길치도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다시 또 걷는다.
가끔은 네비나 지도가 알려주는 길 말고, 길을 잃어본 사람만이 볼 수 있는 황홀한 풍경과 멋진 공간을 발견하기도 하고 조금은 좁고 힘들더라도 남들 다 가는 길 말고 새로운 길을 마주하게 되는 짜릿함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것이 길치들만 얻을 수 있는 어떠한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 맞는 길로 가서 빠르게 도착했다는 것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으니까. 고생했던 경험들이 하나 둘 쌓여서 또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길을 보는 방법도 찾는 방법도 기억하는 방법도 잘 몰라서 처음 가보는 곳에서도 무서워서 주춤거려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너무 당당하게 갔지만 그 길이 아니라 다시 돌아온 적이 더 많다. 하지만 그 덕에 더 큰 세상을 보게 되기도 했고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시작이 나에겐 쉬웠다. 또 길을 잃으면 어때, 다시 찾다 보면 마주하게 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