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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응석 Jan 03. 2024

회화의 눈, 존재의 눈(2)

조광제(2016)

제6강 깊이의 정체를 향하여, 데카르트와 원근법


136

"나는 내가 보고 있지 않은 대상들을 본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하나가 다른 것 뒤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깊이를 본다."


140

"내가 깊이라 부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거나 아니면 내가 제한 없이 존재에 참여한다는 것,

그러니까 우선 모든 시점을 넘어선 공간에서 존재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물들이 서로를 잠식하는 것은 사물들이 서로 다른 사물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141

내가 사물들을 본다고 할 때 진정 1차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높이와 너비에 따른 이른바 2차원적 평면일 뿐이고, 또 그 평면은 내가 시선을 옮길 때 새롭게 주어질 다른 평면들을 지금은 숨기고 있을 뿐이기에 근본적으로 보면 깊이라고 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지요.


145

좌표계를 만든 인물이 바로 데카르트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흔히 수식을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이른바 '해석기하학'이라는 것을 만든 인물이 데카르트입니다.


147

"차원들이란 어떤 차원에 의해서도 완전하게 표현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하나의 차원성,

즉 다형적인 하나의 존재 위에서 다양한 측량에 의해 추출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데카르트가 공간을 해방한 것은 옳았다. 그의 잘못은 공간을 전적으로 적극적인 하나의 존재로 구축했다는 것이다. 즉 모든 관점, 모든 잠재성, 모든 깊이를 넘어서서, 그 어떤 진정한 두께도 없이 구축했다는 것이다."


153

원근법을 통해 "회화의 탐구와 역사를 종결했다고, 정밀하고 오류가 없는 회화를 구축했다"라고 여긴 것은 잘못이라고 메를로퐁티는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데카르트가 바로 이런 르네상스의 원근법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을 잘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그럼으로써 데카르트가 존재를 일관되게 담아낼 수 있는 존재에 대한 이해, 즉 해석기하학적인 존재 이해를 체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 원근은 어디로부터의 원근, 고유한 지점을 갖지 않고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론이란 조작은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인 척 하거나 극복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인정할 문제.




제7강 깊이의 정체를 향하여, 심연의 존재와 봄의 초월성


157

발생적인 관계에서 보면 사실상 보지 않고서는,

또는 달리 말해 감각적으로 느끼지 않고서는 생각할 거리가 없는 것이겠지요.

158

말하자면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봄과 생각함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요.


159

무언가를 볼 때 이미 늘 어떤 의미가 작동한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 의미는 정서적이거나 감정적이고 심지어 개념적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러한 봄에서 주어지는 의미를 후설은 낱말의 의미인 'Bedeutung'과 구별하여 'Sinn'이라고 명명한 바가 있습니다.그러니까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봄의 사유'는 '언어적 사유'와 대립해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162

""우리가 손으로 어떤 사물을 쥐는 바로 그때 우리는 손을 그 물체의 크기와 모양에 맞게끔 조정하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손을 수단으로 하되 손의 움직임들을 생각할 필요 없이 그 물체를 감지한다.

통상적으로 이러한 일은 반성 없이 우리에게서 일어난다."몸은 영혼에게는 자신이 태어난 공간이고, 현존하는 다른 모든 공간의 모태이다."


170

"데카르트는 자신의 생에 있어서 그래도 한 번은 형이상학의 길을 거쳤지만,

과학은 그러한 형이상학을 무시한 채 진행된다. 즉 과학은 데카르트가 도달한 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173

일체의 것에 대한 양화로의 전환과 철저한 인과관계를 제시하면서 명증의 진리를 추구한 데카르트주의,

이를 철저하게 따르는 것이 과학입니다. 하지만 이 과학은 데카르트가 추구해마지 않았던 영혼과 몸의

결합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몸을 연장에 불과한 인과 기계적인 물질로 환원해버렸습니다.




제8강 깊이를 향한 회화의 열정


182

그때 과거와 미래는 현재 속으로 들어오면서 한편으로는 사건들로서의 자격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의미들로서의 자격을 띱니다. 사건과 의미의 관계가 묘합니다. 의미는 사건의 의미이기에 실제로는 사건이 없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건은 사건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오히려 의미가

사건을 사건이게끔 하는 선험적인 근거가 됩니다. 여기에서 '역사화되는 시간'이라는 개념의 내용을 추출해내는 것입니다. 사건들의 연속을 시간이라고 하면 의미들의 연속을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미는 결국 세계 속에서 존재 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욕망을 충족하거나 외면하는 방향에서 성립합니다. 시간이 역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세계 속에 우리 인간들이 현존하기 때문입니다.


 184

"스스로 변신하여 그다음 것이 되는 것도 작품이다.

작품이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끝없는 해석들이 작품을 변화시키지만

그러나 그것도 작품 자체 내에서만 그렇게 한다."

 

189

"먼저 만약 깊이가 세 차원 중의 하나라면 깊이는 오히려 첫 번째 차원일 것이다.

왜냐하면 형태들과 평면들은 그것들이 나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각기 다른 부분들로 발견되는가를

규정할 때만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차원들을 포함하는 첫 번째 차원은 차원이 아니다."


192

'전반적인 국지성'

하나의 사물은 결국 모든 다른 사물과의 상호 포섭 및 상호 의존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 하나의 사물을 국지적으로 떼어낸다는 것이 원리상 불가능하다.


197

세잔 '색은 우리의 뇌와 우주가 만나는 장소다'

이것은 클레가 즐겨 인용했던 문구다.

광경으로서의 형태를 깨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색을 위해서다.




제9강 회화의 살, 선과 운동


206

"내가 물의 두께를 통해서 수영장 밑바닥의 타일을 볼 때, 나는 물과 반사들에도 불구하고

그 타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물과 반사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것들에 의해 그 타일을 본다."


# 노이즈도 생략도 의미다.


212

그 누구보다도 색을 신봉했던 클레나 마티스와 같은 화가들에게서 선이 다시 나타나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본다고 해서 전혀 모순은 아니다. 실제로 클레의 말에 따르면 이제 선은 가시적인 것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이게끔 하는' 것이며 사물들의 발생을 위한 설계도인 것이다.


# 표현/기호 중심으로 생각을 전환하게 하는 대목.


214

인상주의자들은 모든 선을 배제했지요.

... 그들은 선을 배제하지 않고서는 빛이 사물과 부닥쳐 기가 막히게 떨어 울리는

그 순수 감각적인 상태를 그릴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216

"선은 고전 기하학에서처럼 텅 빈 바탕 위에 하나의 존재자로 등장하는 것이 더 이상 아니다.

그것은 현대 기하학에서처럼 선재하는 공간성의 제한, 분리, 변조이다."


218

"회화가 잠재적인 선을 창조했다. 그처럼 회화는 진동 또는 방사를 통해 위치 이동 없는 운동을 했다.

...로댕 그는 - 운동선수가 영원히 고정되는 그토록 많은 사진에서 보듯이- 순간적인 시선들 불안정한

태도들이 운동을 고정시킨다고 했다.

... 영화는 운동을 제공한다... 로댕이 말하듯이 운동을 제공하는 것은

팔, 다리, 몸통, 머리가 서로 다른 순간에 각각 취하고 있는 이미지이다.

... 그림은 그 내적인 부조화를 통해 운동을 보게 한다. 각 팔다리의 위치는 몸의 논리에 따라 정확하게 다른 팔다리의 위치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시간에 기록된다. 그리고 모두가 몸의 통일성 속에서 가시적으로 있으므로 지속을 가로지르기 시작하는 것은 바로 그 몸이다."

220

운동은 동시에 있을 수 없는 두 시점에 올라타는 데서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223

몸과 세계의 논리에 따르면 이러한 공간의 장악은 또한 지속의 장악이다.

이 대목에서 로댕은 심오한 말을 한다.

"진실한 것은 예술가이고, 기만적인 것은 사진이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시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피에르 카반느, '마르셸 뒤샹 : 피에르 카반느와의 대담', 정병관 역,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0, 64




제10강 존재론적 회화론, 회화론적 존재론


228

"장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몸을 따라야 하고, 게다가 몸을 통해 다른 모든 몸과 자연의 비밀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봄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236

메를로퐁티는 봄과 존재함을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상호 이행의 선후 관계로 보는 것입니다.


238

"제르멘 리시에의 조상들에는 로댕의 조각의 단편들이 들어 있다.  

그것은 그들이 조각가들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유일하고 동일한

존재의 그물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242

지성과 사물의 합치에 의거한 고전적인 진리론은 회화를 함부로 폄훼하는 우를 범한다는 것입니다.

지성은 눈과 봄을 혼란의 가능성을 들어 우습게 여깁니다. 

... 메를로퐁티는 정신적 사유의 궁극성을 결코 믿지 않습니다. 정신적 사유의 궁극성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존재와의 소통은 왜곡된 채 불통으로 치달으리라 확신합니다.


244

메를로퐁티가 세잔의 고향 근처에 가서 이 책을 썼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집니다.

세잔 "풍경이 내 속에서 자신을 생각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


# 사유의 추상과 현실의 구체, 정신의 추상과 몸의 구체, 그 사이를 연결하기 위한

   아니 살/표면을 이야기하며 처음부터 연결할 것도 없었다고 말하는 획기적 발상들.

   인지언어학의 토대인 체험주의에 관심이 많다면 다독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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