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고 너도 나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꽃나무 사이에서
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가
툭~ 떨어진다.
웅크리고 앉아 멀리 뛰기만을 기다리던 개구리는
너무 오래 기다리다가 근육이 굳어버렸다.
태어날 때부터 작은 날개를 가진 어린 철새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나가도 홀로 남아
비행하지 못하는 작은 날개만 하염없이 뿌드덕 거려본다.
길고양이는 집고양이를 부러워할 겨를도 없이
길에서 낳은 어린 자식들을 먹이고 지키는데 열심이다.
구렁이가 새끼들을 잡아먹어 을씨년스럽게 텅 빈 둥지를
어미 까치는 떠나지 못하고
오늘도 미친 듯이 울어댄다.
평생을 탈출과 자유를 꿈꾸던 목장의 늙은 소는
죽는 순간마저도 희생을 강요당하며 도축장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
스님의 사리 같은 눈물 구슬 한 방울 흘릴 뿐이다.
이 모두 세상의 이치라지만
세상엔 안쓰러운 것들 투성이다.
너도 안쓰럽고,
나도 안쓰럽다.
안쓰러운 내가
안쓰러운 너를 위로한다.
예수가 물을 술로 만든 기적처럼
나도 눈물처럼 맑은 물 한 잔에 취한다.
산다는 게 참 거시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