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는 반나절을 벌고, 올 때는 반나절을 잃는다
요르단은 멀다. 직항이 없어서 한 번씩 경유해서 더 그런가도 싶다. 나는 갈 때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요르단 암만공항에 내렸고, 올 때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서 대한민국 인천으로 왔다.
가는 데 대충 한나절이 걸린다. 인천에서 도하까지 10시간15분이 걸렸고 3시간25분을 머무르다가 암만까지 3시간5분이 걸렸다. 비행시간만 13시간20분, 경유 시간을 합쳐서 모두 16시간45분이 걸렸다. 올 때는 암만에서 아부다비까지 3시간이 걸렸고, 거기서 3시간55분을 머물다가 인천까지 8시간30분이 걸렸다. 비행시간만 12시간30분이, 경유 시간을 합쳐 16시간25분이 걸렸다.
여기에 시차가 여섯 시간이다. 인천이 암만보다 6시간 빠르다. 암만 기준으로 도하는 시차가 없지만, 아부다비는 한 시간 빠르다. 서울에서 정오에 점심을 먹으면 암만은 아침 6시이고, 아부다비는 아침 7시이다.
이동시간에 시차를 더하기. 이 계산을 마쳐야 여행을 계획할 수 있다.
대충 한국에서 해 지고 가면 현지에서 해 뜬 하루를 벌 수 있다. 우리는 인천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해 암만에 오후 2시께 도착했다. 이동시간만 치면 한국에서 저녁 8시였을 테지만 암만이 여섯 시간 느린 덕에 여행할 시간 하루를 확보한 것이다. 돌아올 때는 점심 먹고 두 시쯤 출발했는데 다음 날 인천에 내려보니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거의 하루가 꼬박 걸린 것이다.
그러니 갈 때는 반나절을 벌고, 올 때는 반나절을 잃을 셈 치면 된다.
사실 가장 걱정한 건, 잠들지 못하는 것이었다. 평소 나는 비행기나 버스에서 잠을 못 잔다. 이번 여정은 생애 최장거리이기도 해서, 눈뜬 동안 무료함을 어떻게 달랠지가 여행의 최대 걱정거리였다.
걱정은 무색했다. 인천에서 뜨자마자 나온 기내식을 먹고서 잠들어서 도하에 도착해 눈을 떴다. 사실 잠을 안 자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결혼 준비하려고 새벽 4시에 일어났으니 깨 있는지가 얼마나 된 건가. 그리고 식을 치르는 일은 상당히 힘을 쓰는 일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하는데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이런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탔고, 출발 시각도 평소라면 잠이 들었을 때였다. 승무원에게 부탁해 위스키 두 잔을 마신 것도 수면을 도왔던 것 같다.
처도 마찬가지였다. 이 친구는 머리만 대면 잠들어서 걱정할 건 없었다. 더구나 나처럼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테니 얼마나 잘 잤겠는가. 대신 감기 기운까지 있어서 기내식도 안 먹고 내내 자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처음 타본 에티하드항공사는 하드웨어(항공기)와 소프트웨어(서비스) 모두 훌륭했다. 맛보지 못했지만 비건 기내식도 준다. 좌석에 목받침 쿠션이 있어서 가져간 목베개는 쓸모가 없었다. 이코노미석인데 앞 좌석과 거리도 넉넉한 기분이었다. 내 키가 줄어서 그런 건가 걱정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