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만들 때 놓치면 안되는 일
첫사랑은 평생 가슴에 남고, 첫인상이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하듯, 브런치북에서 첫 글은 무척 중요하다. 방송을 만들 때도 시청자들의 처음에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재밌거나 쇼킹한 거리를 앞에 배치한다. 브런치북을 만들면 스마트폰에 작가의 책 설명과 함께 첫 번째 글 제목이 뜬다. 첫 글 제목을 보고, 브런치북을 읽을지 말지 사람들은 결정한다. 당연히 가장 인기글을 첫 번째 글로 배치해야 한다.
내가 브런치에 쓴 글 중에 가장 많은 사람이 읽은 글은 8,200명 정도가 읽은 '방송작가인데 왜 연예인과 결혼 안 해?"다. 그런데 내가 브런치 북에 올린 첫 번째 글은 몇 명 읽지도 않은 '괜찮지 않다고 내 등이 말했다.이다. 글의 바다 브런치에서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도 되지 못하고, 플랑크톤처럼 눈에 띄지 못한 이 글이 나는 좋다. 내가 속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주저했듯, 다른 누군가도 나처럼, 힘든 속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산다는 걸 안다. 남이 몰라주던 속마음 같은 글이어서 더 그렇다. 잘 생기고 화려한 스펙은 없지만 "이 남자가 내 남자다." 외치듯, "이 글이 내 글이다." 알리고 싶은 유혹에 나는 졌다.
브런치 북을 만들 때는 내가 좋아하는 글보다, 사람들이 혹하는 눈에 띄는 글을 선택해서 제일 앞에 배치해야 한다. 일기장에 아니라, 남이 읽어주길 바라며 쓰는 글이기 때문이다. 브런치북을 만드는 작가들은, 독자들에게 많이 선택 받지 못한 글을 앞에 배치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참고로, 브런치매거진에 30개 이상 글을 쓰면 '매거진 POD(주문형출판) 원고 신청이 가능합니다.'라는 알림이 온다. 브런치북을 만들면 매거진에서 글이 빠지기 때문에, 브런치북을 만들기 전, 매거진 POD(주문형출판)을 먼저 해야 한다. 나는 브런치북을 만들고 할 계획이었는데, 30개가 되지 않아 이제 할 수가 없다.
세상에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실수를 저지른 날은 회를 먹었다. '후회' 하하하. 실수를 저지르면 나처럼 정신이 어디로 가버린다. 실수를 하면 '후회'를 곱씹으며 하루 종일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하지만 '후회'는 이제 그만. 밥을 든든히 챙겨 먹고, 열심히 글을 쓸 거다. 이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만회할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