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두팔이가 숙제를 안 해왔다. 두팔이는 계속 숙제를 안 해왔다. 항상 들고 다니던 각목으로 두팔이의 손바닥을 때렸다. 맞는다고 숙제를 해올 것 같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말로만 해서는 아무것도 안될 것 같았다. 두팔이는 앤 데도 아저씨같이 생겼다. 말투도 영락없는 경상도 아저씨였고 덩치가 위협적이었다. 그 뒤로 두팔이는 내게 인사하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두팔이가 학원에서 보이지 않았다.
-요즘 두팔이가 안 보여요 그 커다란 애가 숨기도 쉽지 않을 텐데... 나한테 얻어터지고 숨어 다니나...
-어 선생님 몰랐어요? 두팔이 짤렸잖아요
-에? 왜요?
두팔이는 학원 교실에서 에프킬라 앞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며 외쳤다고 한다.
나는 파이어뱃이다!!!
화르륵 불붙는 살충제를 보고 껄껄껄 웃던 커다랗고 커다랗고 커다란 두팔이는 그날로 짤렸다.
두팔이는 커다란 덩치와 걸걸한 말투로 눈에 띄는 아이였기 때문에 동네에서 자주 보였다. 두팔이네 부모님이 하시는 과일가게가 학원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어슬렁거리며 더 크게 자라는 두팔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평일 낮에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않는구나 짐작했다.
두팔이는 여전히 내게 인사하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바로 앞에 서서
-두팔! 안녕! 왜 나한테 인사 안 해?
라고 물어보자 고개를 까딱하며 아령 하세...라고 했다. 나는 웃으며 안녕했고 그 뒤로는 서로 인사하지 않았다.
두팔이는 날씬하고 긴 생머리에 화장이 두껍고 예쁘장한 액정이 깨진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여자 아이와 같이 다녔다. 그 두꺼운 팔에는 커다랗고 시커먼 문신이 생겼다. 영락없는 초롱이커플이어서 볼 때마다 감탄했다. 그리고 커다란 검은 개를 끌고 다녔는데 털은 짧고 인상은 험악하고 덩치는 무지하게 큰 불독이었다. 동네 사람들 중 일부는 그 개가 너무 무섭다며 두팔이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팔이는 여자친구와 험상궂은 개를 데리고 동네를 씩씩하게 활보했다.
두팔이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었다. 머리카락이 저렇게 새하얗게 되려면 탈색을 얼마나 해야 하나... 누구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확고한 저 세계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두팔이는 내게 그냥 아이였다. 여자친구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이 내게도 들렸다. 그 개랑 애를 같이 어떻게 키워요? 엄청 사나워 보이던데. 글쎄요. 동네사람들과 수근수근했다.
언젠가부터 두팔이가 동네에서 보이지 않았다.
-요즘 두팔이가 안 보여요. 드디어 독립했나?
-어 언니 몰랐어요? 두팔이... 갔어요...
-에? 어디 갔는데요?
두팔이는 정확히 뭔지 모를 병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두팔이 부모님도 건강하게만 자라라 하며 두팔이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던 거라고 했다. 머리가 하얗게 된 건 병 때문이었다. 탈색이 아니었어. 그 압도적인 흰색의 아우라는 미용실이 아니라 병원발이었던 것이다. 커다랗던 두팔이는 병이 진행되어 앙상하게 말랐다고 한다. 언젠가 두팔이네 과일가게에 상중이라고 쪽지가 붙어있는 것을 보았는데 당연히 두팔이네 조부모님이라고 생각했다.
두팔이가 가고 과일가게 사장님은 손님들을 붙잡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두팔이의 이름이 크게 박혀있는 과일가게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늦게나마 두팔이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