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허니 요거트

by 파로암

우유 3리터를 밥통에 콸콸 들이붓는다. 그전에 프로바이오어쩌구 요거트를 밥통에 붓는다. 뚜껑을 닫고 보온을 시작한다. 한 시간 뒤에 열어보면 우유가 찰랑찰랑 흔들리고 두 시간 뒤에 열어보면 요거트가 탱글탱글 흔들린다. 보온을 해제하고 대여섯 시간을 기다린다. 틈틈이 뚜껑을 열어 요거트의 흔들림을 감상한다. 요즘 나의 주된 취미다.


유청을 빼라고 하길래 면포를 채반에 밭쳐서 방금 만든 요거트를 들이부었다. 노란색을 띤 맑은 물이 면포 아래로 뚝뚝 떨어진다. 처음엔 주르륵 떨어지다가 뚝뚝 떨어지다가 차츰 시간이 지나면 뚜욱뚝 떨어진다. 더 꾸덕하게 먹고 싶으면 무거운 걸 올려놓으라고 하는데 그냥 쥐어짰더니 꾸덕해졌다. 유청을 빼기 전에는 부드러웠던 요거트가 좀 까칠해졌다.


빼낸 유청도 영양소가 많다고 하길래 어떻게 써야 하는지 찾아보니 세수를 하란다. 세수를 해봤다. 미끈덩거리고 냄새도 좀 났다. 이거 말고 다른 활용법은 없나? 리코타 치즈를 만들어 보란다. 그런데 우유가 또 필요하다. 이번엔 2리터. 유청과 우유 2리터에 소금을 약간 넣고 끓이다가 레몬 2개를 쥐어짜서 넣었더니 몽글몽글 뭉쳤다. 그걸 또 면포와 채반에 들이부어서 유청을 빼란다. 이번에 나온 유청은 처음 나온 유청보다 맑고 미끈거리지 않는다. 아까의 유청이 아크릴물감이라면 이번의 유청은 수채화물감 같다. 요거트나 리코타치즈나 성분은 같은 거 아니야? 먹어보니 식감이 달랐다.


냉동블루베리를 4kg 샀다.

꿀을 큰 걸로 두 통 샀다.

요거트에 꿀과 블루베리를 올려서 블루베리가 녹을 때까지 십 분 정도 기다려서 먹으니 설빙의 블루베리치즈설빙 맛이 난다. 나는 블루베리치즈설빙을 정말 좋아하는데 집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우유 3리터는 꽤 무겁다. 우유를 잔뜩 수레에 싣고 와서 요거트를 만든다.

잔뜩 만들어서 냉장고에 채워두면 든든하다.


시간이 걸리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은 공부방 고객님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최다인원이었을 때의 절반이 되자 나는 시간과 체력에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김치도 담고 요거트도 만든다. 반찬가게에 가지 않는다. 물도 끓여 식혀 마신다. 보리. 우엉. 돼지감자. 결명자. 현미. 둥굴레. 누룽지둥굴레 등을 죽 줄을 세워놓고 순서대로 돌아가며 매일 물을 끓인다. 정수기 물보다 훨씬 맛있다.


최다인원이었을 때는 반찬가게 가는 것도 힘들었다. 반찬배달을 시켜 먹는 것도 힘들었다. 주문하고 결제를 할 시간이 없었고 부엌바닥에는 미처 반납하지 못한 가방들이 쌓여갔다. 미처 못 먹은 반찬을 버리고 돌아오면서 울었다. 울 수 있는 시간은 그때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프린터기는 미친 듯이 돌아가고 나도 미친 듯이 고객님들 사이를 돌아갔다. 하루에 잠을 3시간 잤고 끊임없이 약과 커피를 내장에 들이부었다. 지금 우유를 밥통에 들이붓듯이.


일장일단이 너무나 확고하다.

다시 인원수가 늘어나는 것도 두렵고 이대로 문을 닫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두렵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만한 수입을 올릴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밥통을 열고 탱글탱글 흔들리는 요거트를 바라보는 것은 즐겁다. 나무국자로 조심스레 요거트를 퍼서 글라스락에 담아 냉장고에 채워두는 것은 든든하다. 블루베리가 사르르 녹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설렌다. 유산균은 나를 건강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도 이렇게나 많이 매일 처먹으면 혹시 유방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함께 한다.


그래도 유산균을 키워먹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만들어먹겠다.

내가 만든 블루베리 허니 요거트는 참 맛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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