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마쏴뿐다이
강가에 앉아 기다리면 나를 괴롭힌 사람의 시체가 떠내려올 거니까 괜히 복수하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라는 속담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적복수를 제제하여 사회적 혼란발생을 저지한다. 가만히 안 기다리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 인간이 많으면 인류유지에 문제가 생긴다. 그건 안되지.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내 친구를 죽인 인간을 죽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죽여서 친구 곁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국가가 나를 가둬버릴 테니까. 칼로 푹푹 찌르거나 위치에너지를 이용하거나 운동에너지를 이용해서 그의 생명을 빼앗을 수가 없다는 것이 답답하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은 나의 든든한 탄환창이 되어준다. 사용하지는 못해도 그의 정신을 찢어버릴 수 있는 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좋다. 호주머니 속 총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진다.
강가에 앉아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목을 따고 싶다.
내 이런 마음이 드러난 글을 읽어주는 글동무들은 서슬 퍼렇게 번쩍이는 칼날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며 나를 걱정한다. 복수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나를 갉아먹을지 모른다며 걱정한다. 나는 그 걱정이 정말 쓸데없다고 생각하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핏물이 흐르는 글을 쓰고 읽으면서 나의 예상보다 글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굳이 신체를 훼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너덜거리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 공격을 정통으로 받은 인간의 파닥이는 반응을 즐겁게 구경하며 확신했다. 글은 힘이 매우 강하구나. 새삼스럽게.
현재 나의 고민은 내 공격의 대상이 미성년자라는 데 있다.
그 미성년자는 나를 죽음의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나는 그 어둠을 봐버렸다. 그래서 그 녀석을 내 행동반경에서 제거해버리고 싶다. 그런데 녀석이 미성년자이고 적절한 양육과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서적 학대를 받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결과 저 지경이 되었다. 매번 경찰이 출동해야 해결되는 일을 벌이는 지경 말이다. 녀석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지옥의 불길이 내게 닿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야 한다. 님비.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나는 이미 그 아이를 여러 번 참아야 했다.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참아야 한다. 그래서 글을 썼다. 잔인하게 그 아이의 정신을 도륙하는 글을 썼다. 실제로 썰어버릴 순 없으니까 글을 쓴 건데 글의 힘을 아는 동무들이 사회적 안전 시스템을 가동했다. 안 돼요. 안돼.
아이잖아요.
그렇지... 아무래도 애를 강물에 띄워버릴 순 없지. 저 아이가 바르게 자라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야 하는 것이 어른이지. 이렇게 동강동강 팔다리 토막 치는 글을 쓰는 건 어른이 아니야. 하지만 내 아이들이 엄마를 잃을 뻔 한건 용서할 수가 없는데?
직접 목을 따지도 못하고
목을 따겠다는 글을 쓰는 것도 어이구 안 돼요 안돼 참아요 참아
어른이 이렇게 힘들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동네어른으로서 그 아이를 참아주어야 한다. 결국 소년원에 간 그 아이가 돌아오면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참아주겠다. 핏물이 줄줄 낭자하게 흐르는 글을 쓰면서 참아보겠다. 실제로는 죽이지 않고 참아보겠다. 목을 따서 강에 흘려보내고 싶은 걸 꾹 참고 글을 쓰겠다. 글동무들은 다정하고 강한 사람들이니까 나랑 같이 참아줄거야.
글을 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살인을 두 번 면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