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나온다

그래도 쉽지 않다

by 파로암

공부방에서 초등은 단원평가를 칠 때 한번 연습했던 문제를 그대로 친다. 25문항을 한번 풀고 매기고 틀린걸 다시 보고 집으로 갖고 가서 공부를 해온 뒤에 시험 친다. 그래도 백점은 잘 나오지 않는다. 초등학생들한테 가르치고 싶은 것은 공부할 때 제대로 꼼꼼히 보지 않으면 한번 봤던 문제라 해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 어떤 상황에도 백점은 쉽지 않다는 것.


학교시험을 치게 되는 중등은 교과서를 반복한다. 교과서를 5회쯤 반복해서 문제와 풀이과정을 거의 다 외우다시피 하고 전체에서 틀리는 문제가 10개 내외가 되면 90점은 넘는다. 그렇게 해도 100점은 받기 힘들다. 부호를 틀리거나 파이를 안 쓰거나 사소한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면 아깝지만 그게 니 실력이다.


시험대비 때 설렁설렁 예습했던 내용을 타이트하게 조여야 한다. 세밀한 것 하나하나 핀셋으로 집어넣어야 한다. 원래 3주 정도면 됐는데 어느새 시험대비하는 기간은 4주가 되었다. 그래도 모자람이 느껴진다. 아이들이 해당내용에 대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기간은 평생 이때뿐이다. 중1 때 일차함수 풀이에 담겨야 하고 중2 때 닮음에 푹 절여져야 하고 중3 때 루트 다루는 법에 머리끝까지 잠겨야 한다. 나중에 복습을 한다 해도 제철에 공부하는 거와는 다르다. 기회는 이때뿐.


그렇게 푹 절여지고 나면 시험점수는 중요하지 않다. 수학에 담겨있던 시간과 깊이가 중요하다. 절여져 봤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 이해가 안 되어서 설명을 여러 번 듣고 세 번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풀어도 30점 받아온다. 밀도 있는 30점이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아이의 노력을 알아준다.


중학교에서는 개나 소나 A 받잖아.


개새끼들이 함부로 지껄이는 말에 긁힌다. 개나 소가 못 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는 화가 난다. 내 앞에서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아이들이 깎아내려지는 것이 싫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아도 그날의 노력을 하는 성실한 아이들이 시발새끼들에 의해 저 아래로 처박히는 것이 싫다. 저런 말을 지껄이는 것들의 손가락을 천천히 마디마디 똑똑 부러뜨리고 싶다.


새로 들어온 아이에게 묻는다.

수학시험 몇 점이었어?

(작은 소리로)... 9점이요.


나는 아이를 보고 웃는다. 아이의 머리를 붙잡고 수학에 천천히 집어넣는다. 순순히 잡혀 들어가는 아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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