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화경 수학학원

가명입니다

by 파로암

내 공부방과 아주 가까운 곳에 최화경 수학학원이 있다. 매해 SKY에 애들을 보낸다. 올해는 서울대와 연세대에 애를 보냈다고 대문짝만 한 현수막이 걸렸다. 나랑 헬스같이 하는 언니의 딸도 최화경에 다니면서 연세대에 들어갔다. 최화경에서 짤린 아이들이 나에게 온다.


최화경 다니는 애들은 많이 울어요

왜?

공부하는 거 힘들어서요.

숙제 안 해오거나 시험성적이 안 좋으면 토요일 일요일에도 불러서 시키는데 못 따라오면 자른대요.

한 번만 안 해가도 잘라? 네.


엄마 내 친구 최화경 다니는데 애가 학원 가기 전에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에 초점이 나갔어.

공부하는 거 너무 힘들대.

그래서 걔 등급은 잘 받을 거 아냐.

응 수학 잘해. 근데 애가 다 죽어가.


최화경에 다니고 싶어서 대기하는 아이들이 우리 동네에 줄을 섰다. 서울대 현수막이 내걸리면 그 줄은 더더욱 길어진다. 겨우 들어가서 잘린 아이들이 가끔 내게로 온다.


왜 짤렸냐?

아 제가요 잠이 좀 많아서요.

그 샘 무섭다고 들었는데 잤다고?

네 그래서 좀 많이 얻어맞았죠.

맞고 짤렸네. 그렇죠.


너는 왜 짤렸냐. 숙제 잘해오는데.

... 선생님이 교과서 들고 오라고 했는데 까먹고 안 들고 가서요.

그걸로 잘렸다고? 네.


아마 공부를 못해서 잘렸을 거라고 지인이 말했다. 공부를 못하면 잘리는구나.

풍족한 대기인원은 최화경을 더욱 최상위권으로 만든다.


최화경한테 전화를 할까 싶다.


잘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일품. 블랙라벨을 매일매일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서 준비하는 것은 상당히 입체적인 스트레스입니다. 1등급 아이들의 고급진 뇌를 조여들어가는 것은 마른오징어의 물을 짜내는 일과 같을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선생님의 악력에 감탄하겠습니다. 주 7일 근무에 건강은 괜찮으신지요.


못하는 아이들은 제가 잘 가르칩니다. 이걸 왜 모르지 이걸 왜 안 하지 라는 말을 여러 번 내뱉게 만든 학생이 있다면 자를 때 동네수학팔이 저의 존재를 언급해 주십시오. 저는 화내지 않고 웃으면서 친절하고 유쾌하게 여러 번 설명해 줄 수 있습니다. 동네수학팔이에도 전문분야가 있지 않습니까. 나나묵읍시다.

대신 이 새끼 좀 괴롭게 공부해서 나라의 기둥이 되겠는걸 싶은 아이가 있다면 최화경에게 보내겠습니다. 저는 일품, 블랙라벨로 괴롭고 싶지 않습니다. 주 4일 근무를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요.


서울대 연세대 현수막이 펄럭펄럭하는 길을 씩씩하게 걸어서 나의 공부방으로 돌아온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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