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 반 만에 브런치를 다시 켰다. 한때 매주 글을 올리기 위해 열과 성을 쏟았던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2022년 일을 시작한 뒤 내게서 서서히 잊혀졌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은 누군가에게는 목표 중 하나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브런치를 자기소개서에 한 줄을 더 추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었다. 대학생이었을 당시 브런치 작가가 됐다는 건 분명히 내게 큰 의미였는데, 그 의미의 의미가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고 고백한다.
브런치를 떠났던 2년 반 동안, 그리고 지금도 나는 스포츠 기자로 일하고 있다. 축구 전문 잡지에서 2년을 보내다 올해 초 좋은 기회가 생겨 종합 인터넷 매체로 자리를 옮겼다. 젊은 놈이 이런 말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 파리 올림픽 기간이니까 '쏜살같이' 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매일 같이 글을 쓰는데 브런치로 돌아온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글쓰기와 기록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블로그를 다시 여는 것도 방법이지만 블로그보다는 조금 더 무겁더라도 일상적인, 그리고 기사로는 쓰기 힘든 이야기들을 브런치에 적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블로그 글에 달리는 광고성 댓글과 팔로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이 아니라 기록을 남긴다. 재밌게도 전에는 글을 쓴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점점 주변에 블로그를 운영하거나 블로그를 해볼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벽에서 종이, 노트에서 스크린으로 기록하는 위치만 바뀌었을 뿐 사람들은 모두 기록하길 원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기사만 쓰다보니 어느 순간 조금은 더 가벼운 주제를 쓰고 싶어졌고, 그렇게 다시 브런치를 찾게 됐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예전에 쓴 글들을 읽었는데 부끄러움이 몰려와 두 개를 제외하고 모두 마음 속에 묻어두기로 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새 다이어리를 사는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봐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쓸 생각이다. 그 글을 남들이 보고 싶어하면 더욱 좋고.
안타깝게도(?) 브런치 작가로 선정됐을 당시 카테고리가 축구였기 때문에 브런치와의 약속을 지키려면 앞으로도 축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다행히(?) 축구가 주력 종목이라 다른 현장보다 축구 현장을 갈 일이 많다. 브런치는 작가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바란다고 하는데 그 니즈에 맞게 쓰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마침 이 글을 쓰는 7월 31일은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K리그와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경기를 치르는 날이다. 이 경기 취재기부터 차근차근 쓰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