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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가케인 Nov 04. 2021

05-1. 고객이 나의 Boss가 되다.

5. 콜드 콜 (후기)

    내가 인사담당자로써 근무했던 약 7~8년간의 기간에는 오로지 상사를 위해서만 일을 했다. 나는 학교에서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나의 상사에 대한 충성은 당연했다. 요즘 아무리 상사에 대한 마음가짐이 변했다고 하더라도 상사의 지시를 쉽게 무시하는 일은 아직까지도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영업맨이 된 이후 나의 상사 대한 인식은 점점 바뀌고 있었다. 나의 충성의 주체가 과거 직장상사에서 고객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고객의 요구는 대부분 까다로웠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기도 하였다. 가끔은 어느 고객은 자신의 상사에게 보내는 메일을 나에게 대신 써 달라는 요청을 한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고객의 요청을 몇 번 거절한 적도 있었지만 이는 곧 결국 한 고객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회사의 동료나 상사의 요구에 대응하는 기준과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는 기준은 같을 수가 없었다. 영업맨에게 고객의 말은 곧 절대 진리와도 같았다. 지인들은 불합리한 고객들의 요구를 응대하는 것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어보지만 나의 경우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보다는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가 훨씬 더 견딜만하다. 그들이 나를 택해주지 않는다면 당장 나의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 상사의 불합리한 지시는 정말 미치도록 날 힘들게 한다. 게다가 고객은 일주일 내내 대응일이 매우 드물지만 직장상사의 경우 운이 나쁘다면 5~10년간 함께 해야 한다.


    간혹 정말 사이코 같은 고객을 만나 나의 삶이 너무나도 우울해진다면 난 단호히 그 고객과의 거래를 끊으면 된다. 반면 사이코 같은 상사를 피하는 방법은 오로지 이직 밖에 없다. 이직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일이다. 더군다나 나의 잘못도 아닌 일로 이직을 해야 한다면 너무나도 억울하다. 또한 이직은 문제의 완벽한 해결이 되지 못한다. 높은 확률로 이직한 곳의 상사가 과거의 상사보다 더 사이코 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최악의 일이 우리에게 발생한다면 인생은 완전히 꼬이고 만다. 나의 의지와 선택이 아닌 타인 때문에 나의 삶이 절망 속으로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진정한 boss란 내가 그의 지시를 따랐을 때 나에게 성취감을 안겨주고 나를 성장시켜주는 Mentor 같은 사람이다.


그러한 면에서 나의 과거 직장상사들은 진정한 boss는 되지 못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의 일을 나에게 떠넘기기 바쁘고 성과는 가져가기 급급했다. 나의 성장은 더욱이 바라지 않았다. 내가 너무 커버리면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런 것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상사는 그러하다.


    반면 고객은 그들의 요구가 불합리하던 합리적이던 항상 나의 성장을 이끌어준다. 물론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그들의 요구와 불만은 나의 상품을 더욱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개선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아이디어는 나의 매출을 성장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좋은 상사가 있을 수 있을까?

나의 과거 직장생활을 돌이켜 보면 동료와의 대화의 70~80%는 거의 각자 상사에 대한 험담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험담이 회사를 바꾸진 못한다. 따라서 당시 우리의 대화는 회사의 매출과 1도 관련 없는 신세한탄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나의 대부분의 대화 주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와 관련 있거나 새로운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나는 항상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 상품을 연구하는데 투자를 한다. 누구의 지시가 아닌 나 스스로 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객을 위한 나의 연구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은 내가 하기 싫음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진행해 나아가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있다면 난 그 의지를 '노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저절로 집착 없이 행할 뿐인 것이다. 과거의 내가 노력을 하며 생산적이지도 않은 직장생활을 하였다면 지금의 나는 노력 없이 매우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직장을 떠난 지난 6년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점차 회사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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