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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담 Aug 02. 2024

#7. 여름 보양식 <소고기양념구이>

먹고 힘내서 오늘 하루를 살아내 보자

처음엔 잠깐의 불편함이었다.

오른쪽 눈 끝의 작은 떨림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피곤해서일까?

잠을 못자서 일까?

마그네슘 부족인가?


이미 불면증으로 마그네슘을 먹고 있는데 부족한가 싶어 복용량을 두배로 늘린다. 그래도 눈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잠을 자보려 한다. 잠이 들지 않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눈떨림이 멈춘다. 눈을 감고 가만히 누워있으니 눈을 떴을 때와는 다른 풍경이 그려진다. 온통 까만 세상이 환해졌다가 산산이 부서지며 흩어져나간다. 알 수 없는 문양이 어지러울 만큼 그려지고 지워지고를 반복한다.

하루 잠깐씩 떨리던 눈꺼풀이 점점 그 횟수를 늘려간다. 눈꺼풀 위로 뻐근한 느낌이 지속된다.

눈떨림에 좋다는 바나나를 사 와 생각날 때마다 먹는다. 물릴 때까지 먹어도 눈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오른쪽 눈떨림은 멈추지 않고 왼쪽눈까풀 마저 떨리기 시작한다.

문제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나 요즘 스트레스 과다 상태인데 스트레스성인가?

뇌혈관 쪽으로 문제가 생긴 걸까?

이러다 안면마비가 오는 것은 아닐까?


의료진을 만나보기로 한다.

혈액을 뽑고 여러 가지 검사를 한다.

그 결과,

전해질 수치는 매우 정상이며(마그네슘)

_마그네슘 두 배 복용은 잦은 화장실행을 불러와 그만두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타민D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한다. 비타민D부족으로 눈떨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여,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받아 돌아온다.

그래도 눈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건강상의 문제로 하던 일을 쉬게 되면서,

아침 먹으며 한 잔, 출근길 한 잔, 휴게시간 한 잔, 퇴근 후 한 잔, 저녁식사 후 한 잔씩 마시던 커피양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마시는 커피양이 줄어들수록 눈떨림이 멈춰갔다.


눈떨림의 원인은 커피의 카페인이었다.

불면증 역시 원인은 커피의 카페인이었다.


다행이다.

매일같이 내가 내려준 커피가 가장 맛있다 던 네가 없어서.

함께 커피를 마시던 네가 없어서.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내 정신을 바로 세우고, 내 몸을 회복하게 해 줄 나를 위한 음식 말이다.

보양식으로는 소고기만 한 게 없다는 생각에 소고기 갈빗살을 꺼내놓는다.


간장 6, 설탕 1, 매실청 1, 청주 1, 다진 마늘 1, 다진파 2, 다진 생강 1, 고춧가루 1/2, 참기름 1/2, 후추 조금을 잘 섞어 양념을 만든다.

소고기갈빗살과 양념을 한데 넣어 양념이 베어들 수 있게 잘 버무려준다.


하룻밤 숙성 후 팬 혹은 오븐에 구워낸다.

먹자. 먹고 힘내서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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