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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성 Sep 03. 2021

요즘 일이 손에안 잡혀

방향이 모호하니 잡생각만 쌓여가네

지금 직장에서 4년을 일하면서 최근처럼 일하기 힘들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매일 100명 이상의 고객을 마주하는 서비스업에서 일하면서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힘들고,

끊임없이 말을 해야 하는 것에 지친다. 요즘 들어 고독히 혼자서 일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자주 꿈꾼다.


지금처럼 의욕 없는 삶을 나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봤다.

과거 언젠가 나를 받아줄 직장이 한 곳만 있다면 열과 성의를 다해 충성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구직 활동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상황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배부른 고민이라며, 초심을 잡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며 충고를 했을 것 같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타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자고

열 번 백번을 나를 설득했던 것 같은데 의욕찬 마음이 도저히 올라올 기미가 없다.



지금의 일보다 내게 더 적합한 일터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출퇴근을 반복하던 중에

오래전 나의 다른 직장에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곳들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과 닮아있었다.


'그때도 이런 생각들이 나를 사로잡았었지.'


나는 뒷심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주변에서 첫인상이 괜찮다는 평가와 상반되게

일이나 관계에 있어서 익숙해지고, 관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요령을 피워 겉치레만 하는 스타일이다.


'요령 것 살다 보니 무덤 없는 유령이 된 것 같다.'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무기력이 아니라 그동안 외면했던 진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그때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해서 손도 대지 못했던 수리영역의 문제처럼

인생의 문제가 나를 찾아온 것 같다.


'나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나라는 사람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처럼 형편없다고 말해주면 상처 받겠지만 의심 없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핑계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채색 투명한 아무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지.

나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을 딱 그만큼으로 생각하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내게 필요하고 부족한 부분만 편취하고, 그만큼만 돌려주려는 사람은 아니었을지.

이 정도로 멀리간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아직 내 삶의 진짜 여정이 시작되지 않았다고 믿고, 어떤 식으로든 현실을 부정하는 게

잠시라도 위안이 된다면 충분히 그렇게 하자. 익숙하지 않아도 해보자.


- 나 위한 글, 이상하게 위로되네

/ 21.8.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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