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퇴사를 번복하고 알게 된 것
'나답게' 풀어내자.
당분간 퇴사는 없다.
이렇게 나의 퇴사를 번복한 사건에 대해서는 마무리지었다.
아내는 나의 퇴사 결정에 언제나 환영하는 쪽이었다. 적은 급여와 복지, 주 6일의 근무, 일 년에 두세 달은 야간근무를 하는 신체적 부담까지 고려할 때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언제든 맞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직장에 들어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초기육아를 잘하고 있고, 작은 우리 집도 가지게 됐다. 어느 시절보다 좋은 일로 가득하다.
살면서 나를 향해 쏟아진 비난 중 상당 부분이 일의 끝매듭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아 벌려 놓은 일은 많은데, 수습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비췄다.
이번에 회사를 떠났다면 또다시 끝매듭 없는 경험에 그치고 말았을 것이다.
아내에겐 더 용기 있는 선택을 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익숙하고 안전한 이곳에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 내가 매듭짓지 못한 일들에 대한 반성이자 앞으론 신중하게 행동하자는 다짐의 의미가 있다.
브런치에 퇴사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800건 이상의 글이 앞서 게시됐다.
그중에는 자신의 방향을 정하고 다른 영역으로 건너간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그 자리에 머물며 건너갈 힘을 비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의지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오랫동안 머물 사람도 있을 것이다.
퇴사만 생각하면 현재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흔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튼튼한 일상은 지금 삶의 중심에 무엇을 염두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는 그 자리에 '나답게'를 두고 앞으로의 삶 그리고 직장생활을 풀어갈 계획이다.
지금의 나는, 내게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은 존재다. 모든 선택과 책임 그리고 문제해결까지 어쨌든 내가 감당해 온 삶이라는 것을 그동안 잊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주변인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있었고, 내 삶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았다.
내가 타인의 삶을 거의 생각하지 않듯이
타인도 나를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온전히 생각하는 건 오직 나뿐이다.
충동적으로 퇴사를 결정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핑계가 많았다. 많은 업무량, 어려운 보고서 작성, 새로운 역할에 대한 부담과 경험의 부재 등
그런데 본질적으론 일을 하면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공포가 더 컸던 것 같다.
바뀌지 않을 틀에 나를 가두고 살다 보니 본능적으로 나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난 사라진적 없고 누구도 내게 희미해지라고 강요한 적 없었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한 나만 있었다.
나다운 모습, 잃지 않고 다시 출근합니다.
[1-5] 퇴사를 번복하고 알게 된 것.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