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바뀐다. 무의식 컨트롤러 '감정'
[5/무의식편/연재작]
당장 먹고사는 일이 급해서 글쓰기를 멀리하게 됐다.
일상을 보내며 겪는 일들에서 느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매는데 메모하고 글로 옮기는 과정을 겪지 않으니 생각과 말, 태도까지 명료하지가 않다.
당장 사는데 불편함이 없고, 몸도 피곤하니 읽기 쓰기를 멀리했다. 먹고 자는 것을 우선하니 나의 뇌는 또다시 당장 생존에 필요한 부분만 남기고 불필요한 기능은 삭제한 모양이다.
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려는 최적의 본능(무의식)을 가지고 있다. 환경이 변하면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본능이 의식보다 먼저 상황 파악에 나선다.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그렇다.
주말에 편안하게 집에서 쉬다가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 걱정이 밀려온다. "이제 출근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출근해서 자리에 앉으면 뇌는 잠시 의식 너머로 숨겨둔 작업 능력을 불러내어 손이 먼저 움직인다. 상황이 주어지면, 생각보다 손이 먼저 일하고, 말이 먼저 고객을 응대하며, 표정도 순식간에 바뀌어 친절한 내가 된다.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정기적으로 글을 쓰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도 처음보다 단시간에 글을 시작하고 마치며 분량도 늘어나는 것을 보면 나름의 성장을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새롭게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감정'이다.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쓰겠지만 지금까지 생각한 바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환경 또는 사건은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주고, 무의식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우리의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준다. 이 도식에서 무의식과 가장 가깝게 놓인 것이 감정인데, 이 감정을 잡아야 변화가 가능하고, 학습 능력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여 손해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취업 면접이나 진급 심사, 사람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모호한 태도는 내 감정이 분명하지 않아서 생겼던 것 같다. 감정이 분명하지 않았다는 건 그 상황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내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와 상황은 존재했지만 그 사이에 놓인 감정을 분석해 본 적은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재미가 있다. 아이디어를 더 수집해서 다음 무의식 편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