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일상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집 근처에 위치한 두 개의 초등학교 가운데 나는 윗동네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2살 어린 동생은 아랫동네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배정되어 우리는 초등학교 6년 내내 서로 만난 적 없는 학교생활을 했다. 같은 해에 개교한 두 학교였음에도 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나의 모교보다 도시학교의 느낌이 더 났다. ……
밟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나무바닥과 매달 한 통씩 지급되던 왁스와 주걱, 한 번씩 왜 안 열리냐며 말썽을 부리는 무거운 나무 미닫이문, 운동장에나 있을 법한 커다란 복도 개수대와 수십 개의 수도꼭지가 있는 세면실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
당번은 학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손잡이가 달린 은색 깡통을 들고는 난로 앞에 쪼그려 앉았다. 전날 땐 온기 잃은 나무조각과 재를 퍼서 깡통에 탈탈 털고 난로 속을 깨끗하게 비워내는 것이 첫 일과였다.
(중략)
곧 매캐한 냄새가 교실 안을 채우면 연통에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곳이 없는지 반 아이들과 두리번거리며 구멍 찾기를 했다. ……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이 서툰 10살 남짓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별의별 업무가 다 주어졌었구나 싶다. 그럼에도 그 시절엔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당연하게 당번의 일과를 따랐다.
"당번! 수업 끝나면 까먹지 말고 칠판지우개 털어놔야지!"
분필을 사용하는 칠판의 지우개를 터는 것 역시 당번의 일이었다. 칠판 아래 설치돼 있는 지우개털이개에 칠판지우개를 넣고 뚜껑을 닫아 레버를 돌리면 탁-탁-탁-탁-하는 방망이 소리가 나며 분필가루가 털어졌는데 손잡을 돌릴 때마다 뚜껑 틈새로 분필연기가 새하얗게 뿜어져 나와 숨을 참아야 했다.
(중략)
"으악! 그건 검정고무신 아니에요?"
"난로라니, 동년배를 만난듯한 반가움이 드네요."
…… 지금도 당시 당번의 하루를 함께 나누었던 친구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면 한 번씩 난로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이 자리를 잡고 있지만 운동장에서 바로 내려다 보이던 거대한 쓰레기처리장과 그 옆에 있던 언덕 높은 달동네. 한 번씩 학교 주변을 지날 때면 잊고 살던 그날의 풋풋함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완벽한 하나의 원고가 된 줄 알았던 본 에피소드는
에세이 신간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노승희(미다스북스)>에 수록된 내용의 초고가 되었습니다.
책으로 탄생하기 위해 이 일기글은 적절한 옷을 갖춰 입고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지지해 주는 일상 기록의 힘!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무겁게 느껴지는 하루에도 부담을 덜어주거나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에 제목을 달아보면 그만이다.”
전체 내용은 일상 에세이 <아, 일상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