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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Jul 22. 2024

"Remember Me." 꼭 기억할게요.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거야! 

참 좋아진 시대.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휴대폰에서 자동으로 한 번씩 과거의 기억을 소환해 준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을 보며 떠올리는 추억. 3년 전 더위가 찾아오던 이맘때, 항암 치료를 받고 있었다. 두건과 모자를 쓴, 그때는 내심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역시나 어색한 퉁퉁 부은 얼굴의 나, 졸지에 이방인이 된 듯한 소외감을 누그러뜨려주던 요양병원 병실의 풍경.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한 사람들.


늘 그렇듯 정신없는 출근길. ‘3년 전 스토리‘라고 뜬 알람을 무심코 눌렀다가 그리운 얼굴을 만났다. 유독 손 저림이 심해 흰 면장갑을 손에서 놓지 못했던 윤진 언니. 함께 천변을 산책하던 중 장갑을 잃어버렸는데, 돌아오다가 바닥에 떨어진 걸 발견했다. 무슨 횡재라도 한 거 마냥 기뻐하며 장갑을 줍던 언니. 그리고 금덩이라도 주웠냐고 깔깔거리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나.


‘아 그랬었지’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이렇게 추억으로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푸르른 5월, 소연언니와 작별했던 싱그러운 계절에 또 소중한 인연을 떠나보냈다. 든든한 인생 선배였던 맑은파란하늘님. 의학적으로 주어진 1년의 시간을 훌쩍 넘어서 4년이 넘는 동안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삶을 대하는 의연함과 지혜를 나누어주셨다. 선배님의 멋진 모습을 담은 두 번째 책을 선물하겠노라 호언장담했건만, 두 손으로 공손히 드릴 수 없게 되었다. 


암경험자로 복직 후 이런저런 고민으로 힘든 기색을 비치면, 어느새 알아채고 진심을 담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선배님께 이렇게나마 감사와 존경, 애도를 표한다. 그곳에서도 여전히 호탕하고, 꿋꿋하게 적응하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본다. 언젠가(내심 올해이길 바란다) 두 번째 책이 나오면 마음으로나마 약속을 지켰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다.


아마도 매년 5월 나의 생일마다 생각이 나겠지. 아련한 그리움과 함께.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북적거리는 일상에서 소중한 이들과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 일인지 다시금 되새기면서.


암 환자가 되고, 치료를 받고, 관련된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경로로 많은 암경험자를 만났다. 애초에 병으로 시작된 인연이기에, 그 사이 몇 번의 작별을 경험했다. 비단 처음이어서가 아니라, 여러 번을 겪어도 여전히 낯설고, 어렵고, 익숙해지려야 익숙해질 수 없는 생경한 경험. 이런 상황이 두렵고 힘겨워 더 많은 인연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막연한 두려움과 슬픔이 연상되는 ‘죽음’. 그러나 이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영화 <코코>. 우리나라의 명절과 같지만 흥겹고 밝은 분위기로 조상을 기리는 ‘죽은 자들의 날’. 멕시코인들의 죽음과 사후세계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다. 죽은 자들에게도 나름의 세계가 있고, 다소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 구절. 

“살아있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기억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사라져 버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 깊숙이 총알이 박혔을 때? 아니.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아니 맹독 버섯 수프를 마셨을 때? 아니야! 사람들에게서 잊혔을 때야!”

 

비록 같은 공간에서 서로 눈을 마주하고 웃으며 차를 마시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영원히 살아있는 거라는 말이 뭉클하면서도 따스하다. 소중했던 인연들의 영원한 삶을 위해서, 함께한 즐거운 기억과 환한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먼 훗날, 귀여운 할머니로 건강하게 살다가 언젠가는 하늘나라로 가겠지? 그때는 이미 중년이 되어 있을 아들과 딸,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닮은 올망졸망 귀여운 손자손녀들이 있을 거고. 두둑한 용돈과 그 곱절로 사랑을 주던 따뜻하고 밝은 할머니로 가끔씩 기억해 주기를.      


기억해 줘, 내가 어디에 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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