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신비로웠던 그 느낌... 분명히 손만 뻗으면 만져질 듯한 그 무엇이지만 정확히 그것이 어떤것이었는지는 그저 아련하기만 하다.
드디어 오늘, 7년 전의 그 기억의 장소로 떠난다.
새벽 4시 기상. 괜찮다. 가슴 한가득 설렘을 안고 있어 몸이 자꾸만 침대 위로 떠올라 더 잘수도 없었다. 파란 지프니를 타고 나로선 좀체 만나기 힘든 새벽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필리핀의 공기가 남극의 빙하에서 올라오는 파아란 수증기마냥 차갑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시 짙푸른 바다 위를 둥둥 떠서 바로 이웃한 섬, Cebu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니 느낌보다 참 가까운 곳이었다. 비몽사몽간에 배에서 내린 아이들은 왜 우리 다시 돌아왔냐고, 여기가 두마게티아니냐고 할 정도로 다를바없는 세부의 바닷길을 달렸다. 잠시후 고요한 숲길로 들어서자 차량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다. 한국어가 드문드문 들리기도 하는 걸 보면 역시 관광지가 맞나보다.
이곳은 Cebu Oslob.
그래, 고래상어를 만나러 왔다.
7년동안 가슴에 아른거리던 그것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싶은 엄청난 설렘에도 불구하고, 고래는 얼마나 크냐? 어떻게 보는 거야? 어디서 보는거야?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뭘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될거니까 기대해.” 라고 잘난체하며 얼버무렸지만 사실 나 또한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왜 그 엄청났던것 같은 기억이 전혀 안나는걸까?
오히려 좋다. 다시 첫만남이니까.
가이드가 미리 예약을 해 두고 아침 7시가 좀 넘은 시간에 오슬롭에 도착했는데도 두어시간은 더 기다려서야 작은 보트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 해안으로부터 불과 100m 정도 떨어진 그곳에 떠 있는 작은 보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신기했다.
분명 그 아래에 그들이 있다는걸 아니까 말이다.
구명조끼를 입고, 딱 열대여섯명이 두줄로 앉으면 무엇하나 더 얹을 수 없는 작은 나룻배에 올랐다. 바다를 둥글게 갈라놓은 하얀 부표를 따라 조금씩 먼 바다로 향한다. 첫 데이트하러 가는 길 마냥 설렌다. 분명 처음은 아닌데...
먼저 정박해있는 10여척의 배들을 가로질러 가장 먼 바다에배가 멈춰서고,"가자 가자" 하는 큰소리가 들린다. 워낙 한국인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런지 가이드분들의 한국어 발음이 꽤 좋다. 얼핏 수면위로 고래상어의 등을 본 것도 같다. 재빨리 스노클링을 장착하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드디어 만났다.
어부들이 흩뿌린 새우가 엄청난 양의 바닷물과 함께 활짝 벌어진 네모난 고래상어의 입으로 흘러들어간다. 꾸울~꺽 꾸울~꺽 혹시 나까지 빨려들어가지 않을까 바둥거리며 배쪽으로 몸을 당겼다. 아니 한번 빨려들어가 보고싶기도 하다. 고래 뱃속에서 피노키오처럼 불을 지피면 ‘에엣취’ 하며 고래상어가 나를 저 먼 하늘나라로 날려 주지 않을까.
족히 10m는 넘는 큰 몸에는 하얗고 귀여운 점들이 곱게 내려앉은 무서운 듯, 귀여운 듯 오묘한 생명체다. 얼떨결에 몸을 틀다 한껏 벌어진 입 바로 옆에 자리한 작고 동그란 눈과 마주쳤다.
‘넌 무슨 생각하고 있니?’
‘난 네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어쩜 이렇게 큰 몸둥이를 그렇게 유연하게, 자유롭게,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니?’
‘우리와 함께 하는 이 시간이 너도 좋으니?’
‘넌 너무 아름다워. 너와 함께 하는 이 시간만큼은 나도 너처럼 자유롭고 아름다워지는 것 같아. 고마워 고래상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