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학번이 만난 신기한 99년생 회사원
몇 년 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신기한 어른이를 만났다.
부모님을 따라 글로벌하게 유년시절을 보낸 여자이다. 태어난 곳은 태국이고, 중간에 미국에서 유아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는 부모님 사업때문에 태국 푸켓으로 돌아왔다. 그때가 초등학생이었고, 태국의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태국의 바이링구얼 사립학교는 태국어 비중 20~50%, 영어 비중 50~70% 그리고 선택적으로 중국어 비중이 10~20% 정도 되는 곳이다. 사립학교에서 많은 언어로 학습을 하는 게 어렵기는 하지만,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태국어를 원어민과 가깝게 할 수 있다.
금쪽이는 초, 중등은 태국의 사립학교에서, 고등학교는 국제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태국 현지 대학교를 졸업했다. 태국어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 했고, 어린 나이 답지않게 눈치도 제법 있어서 업무 능력을 인정 받았다.
사장님은 금쪽이의 입사를 반대하셨다. (사장님은 그녀의 눈빛이 이상하다고 했다.) 하지만 태국인 이사의 강한 추천으로 금쪽이의 입사가 진행되었고, 금쪽이가 일을 잘 해주자 '거봐 내가 사람을 잘 봤지?' 하며 아주 기뻐했다.
그때 나는 업무 상 외근이 많아 회사 차량 지원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사의 요청(명령?)으로 금쪽이와의 카풀이 시작되었다. 나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그녀의 회사 출퇴근을 도왔다. ...
99학번은 99년생인 사람이 어려웠다.
어색한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는 것도 잠시 신기한 어른이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팀장님, 귀신을 밑으세요? 저는 믿어요! 그래서 평소에 귀신들과 이야기를 해요
우리 주변에는 많은 귀신들이 있어서, 씻을 때도 빨리 씻고, 화장실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저는 어릴 때 할머니를 정말 좋아했는데, 지금 할머니가 수호신처럼 제 옆에 있다고 믿어요. 집에서는
할머니랑 계속 대화를 해요. 그래도 밖에서는 귀신이랑 대화는 잘 안 해요. "
누군가 나한테 귀신을 본다고 고백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머리를 굴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태국에도 부처님 외에 많은 신들이 있고, 그 중에 코끼리 머리를 한 신도 있다. 그녀의 최애는 코끼리 신이라고 한다. 신들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태국의 택시를 타면 불상이나 종교적인 목걸이 등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콘도나 큰 빌딩앞에도 기도를 할 수 있는 제단이 있어서, 평상 시에도 종교적인 믿음과 같이 생활한다.
그녀는 어릴 때 한인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다. 늘 반전은 있다.
지금 그녀의 회사 책상에는 작은 불상과 코끼리 신의 조각상 그리고 좋은 절에서 구해왔다는 부적이 붙어 있다. 보통의 태국 사람들의 책상과 너무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꿈은 일을 그만두고 인도에 가서 마음 수련을 하는 거라고 한다.
종교는 개인의 자유이긴 하지만, 태국에서 현지학교를 다니며 태국 사람들과 같이 교육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태국에서 대부분의 국제학교를 제외하곤 학교에서 국왕과 종교에 대한 교육이 자주 수행된다. 매일 아침 8시에 국왕 찬미가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일대기와 역사를 같이 공부한다. 현지 학교의 90프로는 태국인이다. 청소년 기가 되면 가족보다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들과 같이 생각하게 되지 않았을까? 금쪽이의 모든 가족은 기독교이며,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하지만 어느 순간 태국의 종교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생겨 공부하며, 본인의 종교를 불교로 바꿨다고 한다.
금쪽이는 대부분의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지만 한국어도 잘 했다. 하지만, 본인이 기분이 나쁠 때는 태국어와 영어만 사용해서 한국인인 사장님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태국 이사에게 엉터리로 영어 문법 지적을 받았을 때는 갑자기 영어로만 이야기하며, 당황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나에게 쓴 소리를 한 번 듣더니, 같은 사무실에 앉아 있음에도 모든 메세지를 오직 이메일로만 보냈다. 당당하고 자기 주장이 강했지만, 이기적이고 배려심과 사회성은 부족했다.
사장님은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사장님은 회사 내 괴롭힘이라는 것을 아직도 지도와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꽂히면 마치 퇴사라는 말을 할 때까지 몰아붙인다. 회의 시간에 그녀의 모든 업무에 꼬투리를 달았고, 대답을 길게 한다고 나무랐다가, 다시 대답을 짧게 한다고 나무랐고 그리고는 대답을 왜 안하냐고 고성을 질렀다. 결국 그녀는 회의실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울었는데, 사장님은 여자들은 울기는 왜 우냐며, 이런 걸로 울면 내가 직원들한테 어떻게 말을 하겠냐며 본인의 가슴을 주먹으로 여러번 내리쳤다.
그녀는 결국 퇴사하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오히려 기뻐보였다.
그렇게 신기했던 어른이는 한국으로 간다고 했다. 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는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그녀의 한국 살이를 마지막으로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