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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순영 Jun 11. 2022

라이벌은 형제처럼 귀한 존재

한나라에서 교훈을 얻다 4_ 난형난제難兄難弟

후한 말, 집안에 든 도둑을 용서하며 양상군자의 고사 숙어를 만들어낸 진식에게 두 아들이 있었는데 장남 진기와 둘째 진심이었다. 

진기와 진심도 아버지 영향을 받아 학문이 뛰어났고 큰 포용력을 지녔다. 이들 두 아들이 성장해서 각각 아들 하나씩을 두었는데 진기의 아들은 진군이고 진심의 아들은 진충이다. 


“우리 아버지는 팔방미인이야. 아는 것도 많으시고 못하는 게 없으신 훌륭한 분이야.”

“큰아버지가 뛰어나시긴 하지만 우리 아버지만 못하시지. 사서삼경에 통달하시고 덕망이 높아 사람들이 모두 존경하잖아.”


사촌지간인 진군과 진충이 서로 자기 아버지가 더 훌륭하다며 입씨름을 벌였지만 결판을 낼 수 없었다. 


“좋아. 그렇다면 할아버지한테 가서 여쭤 보자.”


할아버지는 정확한 판정을 하리라고 생각한 진군과 진충이 할아버지 진식을 찾아갔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중 누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세요?”

“할아버지 생각을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아버지의 입장에서 아들인 진기와 진심을 평한다면 가늠할 수 있겠지만, 손자들인 진군과 진충에게 그들 아버지 중 누가 더 낫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형이라고 콕 집어 말하기도 어렵고, 아우라고 말하기도 어렵구나.”


진식은 어느 한 손자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고 형이 나은지 동생이 나은지 잘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덕행德行’에 나오는 이 말에서 난형난제難兄難弟가 유래했다. 둘 가운데 누가 더 나은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때 쓴다. 막상막하莫上莫下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용호상박龍虎相搏, 백중지세, 호각지세 등의 숙어를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비가 올 때 갓 위에 일시적으로 덮어쓰는 갈모는 늘 쓰고 다니는 갓보다 못하다고 여겨 형이 아우만 못한 형제를 가리킬 때 갈모 형제라고 비유한다. 형제의 우열 구분이 확연한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도 갈모 형제와 함께 난형난제에 대조되는 말이라 하겠다.  


어떤 부문에서 상대와 비교할 때 실력이 월등하게 뒤떨어진 사람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상대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면서 난형난제의 소리를 듣는다면 굉장한 희열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여 한참 뒤떨어졌던 이에게 추월을 당할 지경이 되면 자신의 교만이나 게으름에 대해 후회막급한 심정을 겪을 수 있다. 

이 세상에는 경쟁 대상인 라이벌이 존재한다. 라이벌이 있음으로 해서 발전을 거듭할 수 있게 된다. 난형난제의 경쟁자를 형제처럼 귀히 여겨야 할 대목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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