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고 선사가 선禪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누군가가 무기를 한 수레나 싣고 와서 그 무기들을 마구 휘두른다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한 치 쇳조각만 있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이 말의 원문은 아즉지유촌철 편가살인我則只有寸鐵 便可殺人으로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나대경의 ‘학림옥로鶴林玉露’에 수록되어 있다. 학림옥로는 천天·지地·인人으로 분류해 시화詩話 또는 어록이나 소설 문체로 기록한 문집이다.
촌철살인은 불교 참선의 핵심을 파악한 말로서, 여기서 살인殺人이란 사람을 죽인다라는 뜻이 아니라 번뇌를 없애고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을 집중하여 수양하면 비록 아주 작은 깨달음일지라도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물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길이에 해당하는 촌철은 작고 날카로운 쇠붙이나 무기인데 결국 핵심적인 한마디 말을 가리키는 것이고, 살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뜻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바로 한마디 말로 사람을 감동시켰다는 의미이니 촌철살인과 같은 맥락이라 할 것이다.
한 치의 쇠붙이도 잘못 사용하게 되면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듯 명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말 한마디가 사람을 감동시킬 수도 있고 약점을 잡아 굴복시킬 수도 있다는 게 촌철살인의 핵심적인 뜻이다.
무심코 던진 단순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할 말과 하지 않아야 할 말을 가려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