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항상 싸우는 말투
“너 엄마한테 하는 말투 이상해.”
“뭐가. 원래 딸들은 이렇게 말해”
“엄마한테 말을 왜 그렇게 해?”
“내가 뭘, 그래도 금방 괜찮아져”
“넌 어떻게 맨날 엄마랑 싸우냐?”
“우리 싸우는 거 아닌데, 그냥 말하는 거야.
당신이 여자 형제가 없어서 안 겪어봐서 잘 몰라서 그래.”
남편은 내가 엄마를 만날 때마다 내 말투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
그러나 개의치 않았다.
나는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고, 엄마와 나는 늘 그렇게 대화했기 때문이다.
사실 뭐가 이상하다고 하는지 조차 알지 못했다.
우리는 이게 일상 대화였는데, 그 말투가 자꾸 거슬린다며 얘기하는 남편이 오히려 이상했다.
‘도대체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아이가 어렸을 때 친정엄마가 아이를 위해서 과자를 사 오셨다.
아이가 빼빼로를 잘 먹었다고 하니 같은 과자를 20개나 사오셨다.
“고은이가 이 과자 좋아하길래 좀 더 사 왔다”
“아니, 과자가 뭐가 좋다고. 왜 이렇게 많이 사 왔어?
이렇게 많이 있으면 잘 안 먹어. 다음부터는 하나만 사”
“내 새끼 잘 먹는 거 많이 먹으라고 사 왔지.”
“그러니까 그렇게 많이 집에 있으면 맛이 없다고.”
그냥 감사합니다. 하면 되지 나는 그걸 왜 이렇게 따지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손녀가 잘 먹는 과자를 사 온 것이 뭣이 그렇게 큰 죄라고.
“그럼 먹지 마. 내가 다시는 사주나 봐라.”
“아니~~~ 그러니까 몸에 좋지도 않은 걸 하나씩만 사라고...”
이날도 역시 나의 이상한 말투와 억양에 대해서 남편이 뭐라고 했다.
늘 그랬듯이 이것이 우리 대화라고 알려주었으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늘 이렇게 쓰던 말투이고 뭐가 이상하다는 것인지 알지도 못했다.
딸도 엄마의 말투를 쓰는 상황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의 일이다.
오레오 과자에 빠져있었다.
그냥도 먹고, 반으로 갈라서도 먹고, 우유에 찍어 먹기도 하고, 스스로 전자레인지 오레오 케이크도 만들어 먹었다.
이번에도 역시 아이를 사랑하는 친정엄마는 아이가 잘 먹는 과자라며 오레오 과자를 10개나 사오셨다.
“할머니 뭘 이걸 이렇게나 많이 사 왔어?”
“우리 새끼 잘 먹는 거니까 할미가 많이 사 왔지”
“나 이제 이거 안 먹어. 맛없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너 할머니한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할머니가 너 좋아한다고 사오셨으면 감사합니다. 해야지”
“휴~ 이렇게 많이 놓고 먹으면 맛이 없단 말이야. 이제 이거 안 먹어”
말투, 말의 내용, 억양 그대로 내가 했던 말이었다.
남편이 나에게 이상하다고 했을 때는 원래 엄마와 딸의 대화는 이렇다고 일축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딸이 할머니에게 하는 말은 꼭 나를 닮아있었다.
말투, 말의 내용, 억양 모두 맘에 안들었다.
완전 이상했다.
할머니에게 저렇게 얘기하면 안되는 거였다.
그제야 나는 내가 크게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남편이 나에게 이상하다고 했던 말투가 무엇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내가 쓰는 말투를 그대로 쓰는 아이
아이와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은아, 엄마가 속옷 벗으면 빨래통에 바로 바로 넣으라고 했지?”
“나 지금 뭐 하고 있으니까 조금 이따 넣을 거야.”
“지금해.”
“아~ 진짜~”
“너 아 진짜 이말 쓰지 말랬다. 한 번만 더 써봐.”
아이는 욕실에서 씻고 나와 옷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벗은 옷을 서랍장 위에 올려놓곤 했다.
몇 번이나 빨래통에 넣으라고 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서 한마디 했더니 지지 않고 말대꾸한다.
말대꾸가 문제가 아니고 말투, 억양이 문제였다.
“아~ 진짜~ 쟤는 왜 말을 저렇게 하지?”
나도 같은 말을 쓰고 있다. 혼자 말이었는데 이미 남편이 들어 버렸다.
“둘 중에 누가 더 많이 쓰나 세어봐”
아이가 쓰는 말 중에 거슬리는 말들이 하나씩 생겨났다.
쓰지 말라고 말을 하고 나니 그제야 내가 그 말을 얼마나 많이 쓰는지 알게 되었다.
입에서 자꾸 아이가 쓰는 똑같은 말이 나오려다 멈춘다.
“아~ 진짜~~”
아이에게 못하게 했던 이 말투도 내가 쓰던 말투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던데, 내가 쓰는 말투와 말의 억양은 그렇게 그대로 아이에게 대물림 되고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