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희빈작가 Oct 06. 2022

너 말투 엄청 이상해

이상한 말투를 알아채고 있다     


“너 말투 엄청 이상해.”


남편이 10년 동안 했던 말이다. 

솔직히 남편 말고는 이 말을 해 준 사람이 없었다. 

이상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이 맞았던 거 같다. 

먼저는 엄마한테 쓰는 말투 자체가 이상하고, 둘째는 아이에게 똑같은 말투를 쓰고 있고, 아이가 그 말투를 그대로 따라 쓰면서 우리 둘의 대화 자체가 듣기 싫은 말투를 하고 있고, 가끔 남편에게도 그런 말투를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런 의도 아니거든? 내 의도가 그게 아닌데 자기가 그렇게 들었으면 자기가 이상한 거지.”라며 억지를 부리기도 했었다.      


남편과 나는 같은 직장을 다녔기에 출퇴근을 한 차로 같이 했었다. 

(지금은 둘 다 그곳을 그만두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이다. 

약간 늦은 감이 있어서 얼른 준비를 하고 차에 올라탔다.      


“자기야 내 전화기 챙겼어?”

“자기 꺼를 왜 나한테 찾아.”

“잠깐 내려줘. 올라갔다 올게”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가서 전화기를 가지고 내려와 다시 차에 탔다. 


“아니 아까 자기 전화기 옆에 내 전화가 있길래” 

“옆에 있으면 내가 챙겼어야 해?”

“아니, 옆에 있었으니까 혹시 가지고 왔나 물어본 거지 누가 챙겼어야 한 대?”

“자기 지금 말투가 그렇잖아. 자기가 안 챙긴걸 내가 안 챙겼다고 뭐라고 하고 있잖아.”

“아닌데, 혹시 가지고 왔나 물어본 거라고”

“그런 말투 아니었다고. 왜 안 가져왔나 하는 말투였다고”

“내가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데 왜 자꾸 그렇대.”

“너는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듣는 사람이 그렇게 들리면 네가 이상한 거야.” 

“뭐래. 말한 사람이 아니라는데 자꾸 이상하게 듣는 자기가 이상한 거지. 그리고 아니라면 아닌 줄 알지 왜 계속 따지면서 화를 내고 그러는 거야?”      


당시에는 나는 나의 말투를 알아채지 못했기에 전적으로 남편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자기 말만 다 맞고 내 말은 다 틀리고, 나만 이상하다고 하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이의 말투 속에서 점점 나의 말투를 발견하면서 그동안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들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아, 이거 굉장히 이상한 말투구나. 내가 이걸 쓰고 있구나’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회사생활 13년 차, 공대 출신으로 연구소로 입사했던 나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출산휴가 중이었다. 

구조조정 명단에 올라 육아휴직을 신청했다가 가까스로 구제되어 복직하게 되었다. 

그 이후 사장님과 임원분들도 바뀌게 되었다. 

복직을 하면서 구매, 자재팀으로 이동했다가 마케팅팀에도 갔다가 결국엔 회사의 전체적인 살림을 맡는 경영지원팀 팀장이 되었다. 

경영지원팀장이다 보니 회사의 사택을 관리하게 되었는데, 이사님이 부사장님으로 승진을 하면서 더 좋은 사택으로 이동을 하시게 되었다.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이전 사택의 주인이 화장실이 너무 더럽다며 청소를 해 놓고 가던지 5만 원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부사장님께 전화를 했다. 

“부사장님,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청소를 해 놓고 가던지 5만 원을 달라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뭐야? 이상한 사람이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주인 전화번호를 주어봐.”

주인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렸다. 

해결한다고 하시더니 부사장님은 주인아줌마랑 싸우고, 청소를 해 놓고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셨다고 한다.

그러면서 직원들을 시켜 청소를 하려고 하셨다. 

이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에 “그냥 5만 원을 주지 그러셨어요”라고 해버렸다. 


직원들을 시켜 청소할 상황이 안되니 나보고 사람을 불러 청소를 시켜 놓으라고 하셨다. 

내가 다시 주인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전에 말씀하신 5만 원에 합의를 보려 했으나 무조건 청소를 깨끗이 해 놓고 가라고 하셨다. 

부동산 소장님에게 연락해서 청소 문의를 했더니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데, 15만 원 줘야 청소를 하신다고 하셨다. “15만 원이라는데요?” “회사 경비로 처리해” “네. 알겠습니다” 

처음부터 회사 경비로 처리하고 하셨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부사장님 지시사항이니까. 

그런데 나는 관리자로써 사택의 청소비는 개인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말씀드렸던 것이고, 본인이 해결하신다더니 결국 금액의 세배를 지불하게 되었었다. 

물론 지금도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부사장님이 내야 하는 돈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나는 부사장님께 미움을 온몸으로 받았었다.

사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직원들 보는데서 인신공격을 하시길래 둘이 대화를 하자고 말씀드렸고,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물으니 그때 청소 얘기를 꺼내셨다. 

돈 5만 원 달라면서 부사장님을 무시했다고 한다. 

절대 그런 거 아니었다고, 내가 부사장님을 왜 무시하냐고 오해였다고 만일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하다고 했었다. 

말씀은 죄송하다고 했으나, 약간 짜증이 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내가 업무적으로 불이익 봤던 것이 고작 그 일 때문이었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부사장님이 너무 쪼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내가 간과한 것이 있다. 

나의 말투가 문제였을 것이다. 

남편에게 말했던 것과 같이 분명히 나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는 말투를 사용했을 것이다. 

이유를 알게 된 이후 나는 최대한 공손하게 하려 했고, 오히려 부사장님과의 대화를 피했다. 

마찰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 회의시간에 의견이 있어도 발언을 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을 하여 한동안 마찰이 없으니 좀 괜찮지 않나 싶어서 남편에게 물어봤었다. 


“나 요즘에 부사장님과 좀 괜찮아진 거 같지 않아?”

“아니, 너 말투 엄청 이상해”      


엄청 공손하게 한다고 하고 있고,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는대도 그분에 대한 나의 말투는 바뀌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한민국 엄마와 딸의 말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