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들 둘 엄마입니다만,

아들 둘 엄마입니다만, # 1

by 오이야

아들 둘 형제가 있는 집 아래층에 살기
아들 둘 형제 중 또는 동생으로 살아가기
아들 둘, 딸 하나 3남매 중 맏딸로 살아가기
아들 둘 형제의 엄마로 살아가기

이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면??
후유… 내려갈수록 한숨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중에서도 고개가 절로 흔들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꼽자면? 아들 둘 형제의 엄마로 살아가기 아닐까. (아들 셋 엄마분들께 면목없습니다만.) 이사와 보니 윗집에 아들 둘 형제가 살고 있다면? “아이쿠, 똥 밟았네” 참고 참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아들 둘의 형으로, 동생으로, 누나로, 엄마로 평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단언컨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이리라.


한때 유행하던 말이 있다. 딸-아들을 낳으면 금메달, 아들-딸은 은메달, 딸-딸은 동메달. 마지막으로 아들-둘은 목메달. 나는 비록 아들 둘 엄마이지만 그 메달을 훈장처럼 당당히 목에 차리라. 아들 둘 키우는 일이 그리 쉬운가. 늑대 새끼와 다름없었던 사내아이를 사람으로 만든다는 게 보통 일인가 말이다. 아이들과의 일상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벽시계와 휴대폰 시계를 번갈아 보며 아이들을 채근하고 쫓기듯 움직였다. 소리를 지르고 다독이다 못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앞에 거뭇거뭇 수염이 오른 사춘기 아들이 서 있었다. 때때로 가자미 눈을 하고는 말이다.


첫째가 좋아하는 온라인게임 ‘드래곤 매니아 레전드’는 조련사가 되어 드래곤을 번식시키고, 돌봐주고, 훈련시키는 게임으로 Ice, Fire, Earth, Pirate, Bubble 등 700종이 넘는 다양한 용이 등장한다. 나는 실사판 드래곤 매니아 레전드이다. 아침 8시에는 불을 쏘고, 오후 2시에는 얼음을 쏜다. 잠깐 긴 날개로 아이들을 안아 주기도 하지만 대개 밤 10시 Hell 드래곤으로 마무리된다.


늘 밤 열 시가 고비이다. 아이들이 얼른 자야 나도 쉴 수 있는데, 잘 준비는커녕 밀린 공부 마무리하는 와중에 싸움박질이라니. 화가 머리 끝까지 뻗친다. 말이 곱게 나갈 리 없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후 비로소 평온해짐과 동시에 죄책감이 밀려온다. ‘조금 더 참았어야 했는데’, ‘그냥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줬다면 금방 수그러들 아이인데’, ‘내 분에 못 이겨 탁자를 내리치다니, 난 정말 못난 엄마야.’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되는 수많은 밤들.

엄마가 전부이자, 엄마의 전부였던 어여쁜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내가 잘 못 키운 것인가, 실은 타고난 악동들이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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