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일권 Dec 19. 2023

輪廻(윤회)

고래가 사는 세상

어제 오후 간암으로 투병 중이던 친구의 부고를 알리는 문자가 떴다. 작년 동창 송년모임에도 지팡이를 집고 참석했던 친구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선지 어젯밤 꿈에 꽃상여를 봤는데 꿈이 깬 후 멍하니 앉아 있자니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보았던 상여 행렬, 그 광경 속에 수많은 만장을 따라 꽃상여가 가는데 두건을 쓰고 상여를 멘 사람들과 상여 위에서 종을 흔들며 이제 가면 언제 오나 라며 목청을 돋으는 사람과 그 뒤를 따라 아이고 데고 하며 추임새를 내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오른다.

윤회(輪廻) : 중생은 죽어도 다시 태어난다는 불교나 힌두교 교리에 나오는 말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렇게 될까?라는 의구심과 함께 만일 그렇다 치더라도 전생에 전생에 이런 말을 또 들으며 거기다 육도윤회(六道輪廻)라는 거 까지 있어 무엇으로 태어날지도 모르는 마당에 다행히 인간으로 태어난다 해도 생로병사의 과정을 또다시 거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에 과연 태어나고 싶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바로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부인과 다시 결혼하겠냐고 묻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물론 순탄치 만은 않았던 인생여정 때문 이기도 하겠지만 이 세상과 다시 인연을 맺을 생각은 전혀 없다. 40대 후반에 세상을 뜨신 아버지 덕분에 삼 형제가 어머니와 함께 고생 좀 한건 사실이지만 그나마 우리 자식들은 모두 바르게 자라 주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고달픈 지난 세월에 대한 위안과 보상을 받는 느낌 이들며 다 조상님의 은덕이라 생각한다. 동생은 작은 딸아이가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데 그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전 출발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가며 힘들게 떠나는데 도움도 못주는 형으로서의 미안함에 마음 한구석 아렸지만 도착 후 보내온 사진 속 동생 가족들 표정이 너무 밝고 행복해 보여 가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가까운 친구들 몇몇에게 자랑질을 좀 했더니 축하 문자가 마구 날아와 나 또한 하루가 행복했다. 하여간  나의 생은 이번으로 막을 내리겠지만 집안에서 이런 반가운 소식만 들린다면 이곳에서 조금만 더 시간을 보내는 의미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담주 내내 낮에도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를 들었는데 제발 눈이라도 펑펑 내려 지난 힘들었던 일들을 다 덮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어디선가 보았던 눈밭에 홀로 서있는 나무 한그루가 추운 겨울에 생각이 많은 나를 보는 듯했다. 이런저런 지난 기억들을 떨쳐버리고 나니 멀리서 동이 트는 소리가 들린다. 굿모닝 具萍 나는 너의 웃음 띈 얼굴이 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님들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