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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Jul 27. 2024

세상 살아가는 이치

고래가 사는 세상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는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일반인들의 여러 가지 사연이야 노출되지 않기에 잘 모르지만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연예인들의 소식을 들으면 참 재주도 좋네라든가 강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인즉은 결혼도 이혼도 속전속결 너무 쉽게 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한번 결혼하면 그 집의 귀신이 되라던 옛 어르신들의 말이 족쇄가 되어 이혼당한 여인은 친정집에도 돌아올 수도 없어 평생 주홍 글씨를 가슴에 새긴 듯 살아야만 하는 고달픈 인생살이가 되었다고 들어 알고 있다. 결혼하면 서로를 평생 떠받들고 살 것처럼 방송에 나와 얘기하던 사람들도 얼마 안 가 장황하게 이혼 사유를 밝히며 헤어지는 걸 보면 그 뻔한 사유를 알고 싶지도 않지만 창피 한지도 모르는 그 뻔뻔한 태도에 이젠 그저 흔한 그냥 속물(俗物) 들의 불장난 일뿐이라 생각하게 됐다. 거기다 방송에 나와 이번 결혼이 몇 번째라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연예인을 보며 우리 기네스북에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이런 것도 처복이라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친구 참 힘도 좋은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직히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사는 소위 공인이라 일컫는 연예인들은 결혼 후 서로의 민낯이 들어 날 텐데  일반인들 보다도 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할 거라 생각하며 그들에게도 자신을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그 아픔을 견디어 내는 의미를 가진 누름돌에 대한 의미를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집은 남자만 삼 형제였기에 나도 결혼 전에는  애교 많고 좀 재잘거리는 여자와 만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막상 그와 같은 마누라를 만나 거의 반백년을 살다 보니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피곤만 쌓여 제명에 못 죽을 것 같은 생각 속에 세월만 죽이고 있는 나에게도 당연히 누름돌 여러 개가 필요했다. 그러나 결국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삶인데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하는 마음으로 유유자적  상대에 맞춰 지내는 게 세상 살아가는 이치이며 도리라는 걸 이제야 뒤늦게 깨닫고 있는 셈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지만 세상의 이치를 진작 깨달았더라면 좀 더 현명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남는다. 아들 결혼 한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었지만 결혼하자마자 홍콩으로 이사한 덕분에 며느리나 손주들을 본 게 손꼽을 정도라 며눌아이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성품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사돈댁도맞벌이 부부였기에 할머니 손에 자라 선 지 좀 레트로감성과 정이 많은 것 같았다. 또한 애교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심지가 곧은 아이이기에 누구나 사는 게 다 그렇겠지만  나의 며느리는 가슴에 누름돌 없이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나는 늘 그런 며느리 편에 서있다. 지나고 보니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에는 너무나 짧은 인생이었고 손에 쥐면 사라지는 눈꽃처럼 영원한 내것은 없었다. 모든 걸 버리고 집착을 끊어 낼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뒤늦은 후회 속에 어제 세상을 떠난 민기 노랫말처럼 서러움 모두 버리고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참선하는 스님의 뒷모습이 그리운 새벽 나를 사로잡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는 있는 건지 다시 한번  챙겨보고 있다.  

                                                                                  


* 누름돌이란 납작하고 반들 반들 잘 깎인 돌로 독 안의 수북한 김치나 오이지등을  담글 때 그 위에 올려놓으면 그 무게로 숨을 죽여 음식들을 더욱 맛나게 만들어주는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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