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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와가치 Sep 03. 2021

남의 나라에서

베트남 이야기 4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주변의 한국 분들이나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베트남 학생들의 양쪽 이야기를 들으면서 베트남에 대해서 배우게 되고, 베트남이 한국의 정서와 어떤 것들이 다른지 조금씩 알게 된다.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 중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근무하는 학생이 있다. 수업하다 보면 학생과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가끔 사장님에 대한 불만을 나에게 털어놓는다. 한쪽 편의 말만 들으면 나도 치우칠 것이기도 하고, 또 한쪽은 내 나라 사람이고, 한쪽은 내 학생들이다 보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나름대로 양쪽 입장에 서보곤 한다.


옷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일을 하는 학생이다. 사장님이 가끔 화를 내면 무서운데 바로 며칠 전에도 야단 맞고, 전 날도 야단을 맞았다고 하소연을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니 한 번은 오전 10시쯤 매장 안에서 밥을 먹다가 혼이 났다는 거다. 그 시간에 밥을 먹었다고? 학생이 대답하기를 "배가 고파서요." 아침밥을 못 먹어서 출근하는 길에 사 온 쏘이(찹쌀로 만든 주먹밥)를 먹었다는 거다. 또 며칠 전에 혼난 것은 친한 친구가 오후에 매장으로 찾아왔기에 대화를 조금 나눴을 뿐인데 사장님이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아이고, 이 친구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잠시 생각하다가 한 가지의 예를 들어서 말해 주었다.

'한국에서는, 만약에 회사에 새로 입사한 신입사원이 출근하는 첫날 5분을 지각을 했다고 했을 때 사장님이 "내일부터 나오지 마세요!" 하면 그 사람은 끝이다' 했더니 눈이 동그래지며 "왜요? 이해가 안 돼요." 한다.


'그것도 베트남과 다른 문화 차이 중에 하나일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에게 더 많은 신뢰를 하는데 첫날부터 지각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시간도 아닌데 손님 오고 가는 매장에서 밥을 먹으면 어떤 사장님이 그냥 바라보고 있겠냐, 놀러 온 친구와도 그렇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면 퇴근 후에 만나서 이야기해야 되는 거다. 이런 것들은 한국 사람들의 근무 스타일이 아니다.'


"베트남 사장님들은 그런 일로 화내지 않아요. 배가 고파서 쏘이 조금 먹은 거고, 친구가 와서 잠깐 이야기하는 거니까 다 이해해요. 다른 친구들도 한국 사장님들은 힘들다고 말해요."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고 싶다면 직원이 먼저 한국인의 정서에 대해서 공부하고 일을 시작해야 되는 거라고까지만 말해 주었다.

 


사실, 한국 사장님들도 마찬가지다. 남의 나라 베트남에 와서 사업을 하려면 현지인들의 정서도 배워야 한다. 주변 분들을 볼 때 현지인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직원들과도 인격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장님들이 오래도록 성공을 유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 여자들(나이에 관계없이)이 잠옷을 입은 채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었다. 한 둘이 아니다. 얇은 잠옷 차림으로 시장에 가는 것은 기본이다. 그 이유가 오랫동안 궁금했었지만 혹시나 실례가 될까 하여 나는 물어보지도 못하다가 나중에야 다른 분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 "편하니까."가 답이었다. 나도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남의눈을 의식하며 사는 한국 사람들이 들으면 너무 허탈한 이유다. 


그 말을 들은 뒤로 그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몇 가지 궁금증들도 해소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아파트 광장 한 복판에서 온 몸을 불사르며 혼자 에어로빅을 하는 아주머니, 그럼에도 그러한 광경이 너무나 익숙한 듯 아무도 신경 안 쓰는 현지 사람들, 한 층에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 아파트에서 아무리 자기 집이라도 그렇지 현관문 활짝 열어 놓고 팬티 바람으로 거실에 대자로 누워있는 중년의 아저씨, 운동 마치고 땀에 젖은 러닝셔츠를 벗어서 어깨에 걸친 채 맨 몸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아저씨, 현관문을 열어 놓고 노래방 기계를 가장 높은 볼륨으로 올려놓고 노래할 때 그 층에 사는 사람들 모두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데 현관문 다 함께 열어 놓고도 이웃집 사람들 중 누구 하나 시끄럽다고 항의하지 않는 정서들 말이다. 

 

남의 사생활에 간섭 안 하고 본인들 편안하고 서로서로 이해만 되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으며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것도 없는 이 베트남에, 하필 소리에 예민하고 보이는 것에 민감한 동방예의지국 한국인들이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입주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무시 못할 정도로 대거 입주해 있다. 문제는 서로의 정서가 안 맞다 보니 크고 작은 갈등들이 매일 일어난다. 서로 이해 불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면 갈등은 자꾸만 쌓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떤 것이 옳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전환된 사고가 필요할 것 같다. 여긴 내 나라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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