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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판 Nov 04. 2021

『아이 틴더 유』

가벼운 사랑이란 뭘까요

트리플은 자음과 모음에서 발행하고 있는 작은 단편 소설집(단 세 편이 실려있다) 시리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된 시리즈(인 것 같지만 다른 시리즈를 안 읽어서 모르겠)다. 『아이 틴더 유』는 『GV빌런 고태경』 이후 믿고 읽는 정대건 작가의 소설이다. 특히 「아이 틴더 유」는 틴더를 통해 만나는 가벼운 관계를, 가볍가볍하게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틴더를 많이 했다면 내가 더 잘 쓰겠다 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렇지만 그런 내용은 어쩐지 소설이든 에세이로든 잘 나오지 않으므로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은 그래도 소개팅 어플이 꽤 대중화가 된 걸로 안다. 그러다 보니 어플 간의 경쟁도 심해져서 사용자에 따라 조건이나 편의성을 다르게 하여 차별성을 두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틴더는 가벼운 만남을 위한 어플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가볍게 만날 수도 있는 거고, 가볍게 연인처럼 지낼 수도 있는 거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썸과 사귐도 아니고, 친구도 애인도 아닌 경계의 관계가 나온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를 스페어라고 칭한다. 비상시를 대비해 준비해둔 예비 타이어처럼, 그렇지만 사고가 나지 않는 한 한 번도 쓸 일이 없는 그런 물건 말이다. 어쩐지 이도저도 아닌 관계이어서 그런지 관계도 썩 싱겁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오는 편안함도 있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1박 2일로 할 수 있는 가벼운 사랑을 원한다고 한다(「멍자국」). 연애 취향이야 개인의 선택이니 뭐라 할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의심은 든다. 과연 그런 관계들로 관계나 연애에 관한 욕구를 채울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내 경우에는 관계는 지속적인 무언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 여기서 더 늘어놓아봤자 훈수 밖에 안 되겠지. 그래도 최근에 가벼운 연애에 관심 있다.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그런 관계를 소재로 생각하거나 글을 쓰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연구의 끝판왕은 『사랑은 왜 끝나는가』였고, 최근에는 사랑이나 관계를 철저한 거래로 보는, 입에 담기 싫은 이상 담론도 등장했다. 물론 내 경우에는 관계를 포함한 삶의 구성 자체가 거래(물적 거래만은 의미하지 않는다)에 가깝다고 여기기 때문에 누가 누굴 나무라겠냐마는. 아무리 그래도 사랑이 당근마켓처럼 거래될 수 있는 거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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