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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Nov 20. 2024

새장 밖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 바깥의 세상


서울 대공원 동물원에 갈 때마다 신랑이 의아해하는 것이 있다.


"여보 제네들은 왜 도망가지 않는 걸까?"


사진: Unsplash의Jacques LE HENAFF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있는 산양들을 보고 하는 말이다. 저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으니 낮은 울타리를 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하지만 산양은 결코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저 안이 편안하니까 그런 거겠지? 나가도 할 것도 없고."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참 특이하다. 그 안에서 오래 버티기만 하면 월급을 많이 준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지는 월급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선생님은 더 그렇다.


대충 일해도, 혹은 열정을 다해 일해도 늘 월급은 같다. 오래 버티면 월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니 딱히 성장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물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장하는 선생님들도 당연히 있다! 그게 월급에는 전혀 반영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선생님으로 10년을 일하면서 풍족하지는 못해도 꾸준히 돈을 벌었다. 변함없이 월급이 들어오니 그걸 믿고 안일했던 것도 사실이다.


월급을 받아서 그대로 지출을 하는 삶.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저자는 그런 삶을 "다람쥐 쳇바퀴 돌리기"라고 한다. 실제 책에서 가난한 아빠의 직업은 '선생님'이었다. 계속 일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삶이다. 딱히 불편하지도 않으니 평생 그렇게 일을 하면 된다.




선생님을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새장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바람도 맞아야 하고 비도 맞아야 한다. 자유를 찾은 만큼 수많은 선택 사이에 놓이게 된다. 본격적으로 '돈 공부'를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노동을 해서 돈을 벌고 싶지는 않으니까. 나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면서도 돈이 들어오기를 원하니까.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재테크 책을 읽는다. 사표를 내고 나면 얼마의 퇴직금이 나오고, 교직원 공제회에 있던 돈을 빼면 종잣돈으로 사용할 수가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않기 위해 지금보다 더 차곡차곡 모아갈 것이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년이 올해와 비슷하리라는 생각으로 삶을 사는 것보다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그 무한한 자유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수많은 가능성 사이에 있고,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10살짜리 아이에게 '너는 뭐든지 될 수 있어!'라고 말하듯이 35살의 나도 뭐든 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 본다.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세상과, 가족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사진: UnsplashJacques LE HENA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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