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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사실 '나'를 몰랐다.

인생은 나를 찾아가는 길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Feb 0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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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랑 종종 학생 때 얼마나 처절하게 공부했는지를 이야기하곤 한다.


신랑은 잘 케어받는 어린 시절을 보내며 모든 사교육을 섭렵했다. 과외, 학원, 공부방, 대학 교수님에게 받은 과외, 기숙학원까지.


신랑은 중학교 시절 잠을 못 자고 특목고 준비를 했던 것을 영웅담처럼 늘어놓기도 했다. 


나는 반대로 시골에서 자라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고 공부를 했다. 입시라는 경쟁에서 오로지 '공교육' 그리고 'EBS인터넷 강의'에 의존해 공부를 했다.

 

중학교 때는 인문계 여고에 진학할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했으나 고등학교에 가니 사정이 달라졌다. 뒤쳐지는 느낌이 들어 학년이 올라갈수록 필사적으로 공부에 매달렸다.


고3 때는 주말은 물론 설연휴, 추석연휴에도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낸 우리가 동동이를 키우며 드는 생각은 '그렇게 공부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시절 사회 분위기와 부모님 세대의 생각은 대학에 보내서 좋은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여긴 것 같다.


모두가 그 사실을 광적으로 신봉했다.


고 3 때 '공부만 하지 말고 운동도 하고 그래~' 하던 담임선생님의 말이 나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렸다. 어떻게 운동을 해, 뼈가 부서지도록 앉아서 버텨야지.


그 시절 친구들 중 일부는 목디스크, 허리디스크로 고생을 했다. 나도 20살이 된 후 어깨 통증으로 오랜 시간 아팠다.




나는 내가 누군지 알아갈 시간이 없었다. 가장 친숙한 초등학교 선생님을 직업으로 고르면서, 어려운 전공을 척척 고르는 친구들이 대단하게만 보였다.


하지만 공부만 하면서 고른 전공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전공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다시 도전하게 될 가능성은?


사실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공부를 한다. 결국 어느 정도는 성적에 맞추어 대학과 전공을 고른다.


부모님 생각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일단 잘 모르겠으면 공부를 해. 그러면 네가 고를 수 있는 폭이 많아지니까."


하지만 내 자식에게는 그렇게 무턱대고 공부를 시키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은 삶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한다.


"사는 건 원래 힘들어. 안 힘든 일이 어디 있어?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남의 돈 받는 게 쉬울 줄 알았니?"

 

그런데 정말 20대부터 은퇴하는 60세까지의 시간을 내 것으로 누리지 못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직장에 가서 하루 8시간씩 일하는 덕분에 밥도 먹을 수 있고 집도 살 수 있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그 직장에서의 생활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면, 그 시간 버텨내야 한다면 그래도 계속 그곳에 있어야 할까?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는 인생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신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말한다. 바로 그것을 하는 것이 우리가 태어난 이유라고 말이다.


고등학생의 나는 교대에 가고 싶었다. 23살의 나는 임고에 붙고 싶었고, 27살의 나는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하고 싶어서 또 한 번 임고를 봤다.


모두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다.


34살의 나는 학교에서 10년을 더 일한다는 상상을 했을 때,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더 있다가는 가정도 건강도 지켜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찾아보고 탐색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걸 알았다.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는 수업을 하는 것보다는 나의 성장을 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앞으로 10년을 더 일한다고 해도 매일이 불안하리란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쏟아지는 업무가 줄어들지도 않으리라는 것도.




공부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나를 위한 공부는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부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공부를 했어도 공부와 관련 없는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


은근히 나이 들어서 자신의 길을 찾은 사람도 많이 존재한다.  증권중개인이던 폴 고갱은 35살에 비로소 전업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언제 어떻게 나 자신을 발견하든 그 과정은 아름답고 놀라울 것이다.


원하는 일을 하며 삶을 사는 것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니라고 동동이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 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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