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한 조리원 동기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들

예전에는 조리원에서 동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조리원 교육 프로그램도 많고 바쁘게 지낼 수 있었다고. 다시 아기를 낳는다면 글쎄. 조리원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물론 하루 3번 밥과 간식을 꼬박꼬박 주는 건 정말 좋았다.


신랑은 한번 조리원 밖으로 나가면 그걸로 끝이어서 며칠을 같이 보낸 뒤 출근하기로 했다. 신랑과 같이 있는 동안은 넷플릭스도 보고 여유롭게 쉬었다. 신생아실을 청소하는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가 오면 번갈아 젖병을 쥐어보기도 했다.


이때 육아에 대한 경험치는 나와 신랑이 똑같이 ‘0’이었다. 우리는 기저귀 가는 법을 배우고 젖병 물리는 법을 배우며 초보 엄마 아빠가 되었다.


신랑이 출근을 하자 나머지 10일이란 기간을 나 혼자 지내게 되었다. 복도에 적혀있는 이름표들을 보면 방마다 산모들이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우리는 각자 방에서 아기와 고군분투할 뿐이었다. 가끔 신생아실 앞에서 몇몇 산모를 마주치기는 했어도 전혀 교류가 없었다.


우리는 밥도 방에서 혼자 먹었고 교육 프로그램은 중단된 지 한참이었다. 방에서 아기를 맞이할 때 혹시라도 마스크를 벗고 있으면 조리원 직원들은 마스크를 쓰고 수유를 하라고 그렇게 강조를 했다.




나는 혼자 있는 게 싫었다. 아기가 신생아실에 올라가 있는 것도 그랬다. 수유콜이 오지만 하루에 몇 번뿐이었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먹이는 듯했다. 하루종일 아기랑 같이 있고 싶었다.


왜 내가 신랑이랑 떨어져서
아기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고
조리원에 있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물론 조리원에서 받는 마사지가 시원했고 마사지 선생님과 수다를 떨 수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아기는 벌써 신생아실에서 젖병을 물어서 유두를 잘 물지는 않았다. 나는 모유 수유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도전했다. 그러려면 새벽 수유가 필수였고 새벽에 3시간마다 일어나서 유축해야 젖양이 줄지 않는다고 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유축기를 가슴에 대는 것보다는 아기랑 마주 보는 게 나은 것 같았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데 젖 짜는 기계와 마주하는 건 좀 이상했다.




조리원 원장님께 말씀드려서 방을 옮겼다. 새로 배정된 방은 신생아실 바로 옆방이었다. 전에 쓰던 방은 신생아실과 다른 층이어서 울음소리조차 들을 수가 없었다.


아기들은 시시때때로 울었다. 나는 드디어 수많은 아기들 중에서 우리 아기의 울음소리를 구분할 수 있었다. 고양이처럼 우는 아기가 있는가 하면 우리 아기는 정말로 ‘응애~ 응애~’ 이렇게 똑바른 발음으로 울었다.


아기 옆방으로 왔다는 반가움도 잠시, 이어진 생활은 극기 훈련이었다. 아기 보는 수련원에 들어온 것 같았다. 드라마와 달리 산후조리원은 좁았고 독방이었고 최소한의 공간만 있었다. 누울 수 있는 침대 그리고 밥을 먹을 수 있는 탁자가 전부였다.


언제든 마음이 내키면 아기를 신생아실에 맡기고 잘 수는 있었다. 씻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을 혼자 지낸다는 게 좀 그랬다.


아기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움직임도 많아졌다. 그 모든 순간은 나 혼자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신랑에게 그리고 친정과 시댁 식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옆에 누군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리원에 정말 동기가 없나 했는데 누군가 지나가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미진씨 맞죠?”


조리원 복도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부른 사람은 산부인과에서 코로나 환자가 나왔을 때 인터넷에서 만났던 산모였다. 카톡에 있었던 내 이름을 기억하고는 내가 언제 조리원으로 올라오나 기다렸다고 했다.


우리는 복도에서 아기는 어떻게 낳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회음부 절개 상처는 잘 꿰매 졌는지, 젖양은 많은지 처음 만났는데도 신이났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아기를 낳았다는 것만으로 모든 벽을 허물 수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얼마나 재미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 산모는 다음날 조리원 퇴소여서 우리의 수다는 거기에서 끝이 났다.


내 유일한 조리원 동기. 그대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진: Unsplashcharlesdeluv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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