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낳고 맵슐랭 치킨을 먹어버렸다

코로나에서 버틴 임신, 출산, 육아의 시간들

엄마 아빠가 된 우리 부부는 그렇게 둘이서 아기를 맞이했다. 입원실이 꽉 차서 위층에 있는 조리원으로 바로 올라갔다. 나는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맞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저녁에 다시 깨어났을 때는 어지러운 것이 조금 덜하게 느껴졌다. 저녁을 먹고 나자 기운이 팔팔했고 이미 모든 것이 다 회복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그날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다.


신랑은 텔레비전에서 조정석이 광고하는 맵슐랭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고 나는 별생각 없이 시키자고 했다. 신랑이 병원 밖으로 나가 치킨을 받아왔다.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맛있었던 치킨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시험 끝나고 가던 노래방과 맞먹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그 치킨에는 '청양고추'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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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을 시켰을 때 추가 선택 항목에서 ‘청양고추 빼기’가 있었는데, 그걸 읽고도 그냥 지나쳤다. 매우면 얼마나 맵겠어 하는 생각이었다.


아기를 낳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뭔지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모유 수유를 하기 위해 엄마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도 몰랐다. 그건 신랑도 마찬가지였고 그날 저녁에 우리는 세 식구가 된 첫날밤을 축하하기 위해 청양고추가 들어간 치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날 먹었던 문제의 치킨.. 맵슐랭.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아기는 하루에도 여러 번 찔끔찔끔 똥이 묻어나게 쌌다. 보통 조리원을 나와서 조금 크면 나아진다고 했으나 우리 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소아과 선생님은 모유 수유를 계속할 거면 모든 유제품을 다 끊으라고 했고 나는 우유, 치즈, 요거트 심지어는 버터가 들어간 빵까지 끊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모든 유제품을 끊자 아기는 드디어 설사를 멈췄다.


그러니 모유 수유를 멈출 수가 없었다. 분유는 유제품 아닌가. 내가 분유 수유를 지속하면 아기도 계속 설사를 할 것 같았고 결국 완전 모유 수유로 갈 수밖에 없었다.




고난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기를 낳고 바로 치킨을 먹어서였을까. 심심하면 유선이 막혔다. 나중에 가슴 마사지사가 말해주기를 나의 유선은 기름기가 끼어 더없이 가느다란 상태라고 했다.


모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소화기관과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엄마의 ‘혈액’이 모유가 된다. 엄마의 피가 기름지면 혈관에 기름이 끼는 것과 같았다.


조리원에서 음식을 가려먹지도 않았고 주는 대로 뭐든 잘 먹고 나니 내 피에는 기름이 많이 끼어 있었나 보다. 집에 와서 식욕을 참지 못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날이면 귀신같이 생긴 가슴의 멍울과 싸워야 했다.

결국 모든 시간이 지나고서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아 그때 매운 걸 먹지 말걸. 옛날 어른들은 아이를 낳고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할머니가 옆에 계셨다면 아마 지겹도록 알려주셨을 거다. 잔소리가 이처럼 그리울 때도 없었다.


*사진 : 맵슐랭 광고, UnsplashShardar Tarikul Is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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