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내가 옥외광고와 길거리 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나는 20대 초반에 광고를 전공했다.
광고와 마케팅을 배우면서 사회문제를 가리며 소비만 조장하는 거짓말 투성이인 이 매체에 환멸을 느꼈다.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반대로 광고라는 매체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통로가 될 수도 있다는 사례들을 알게 됐다.
이제석의 광고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던 광고에 대한 환멸을 깨끗이 씻어줄 정도로 너무나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지나쳤던 계단, 회색 벽, 전봇대 등 의미 없던 공간이 하나의 광고로 인해 메시지를 담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는 것이 새롭게 다가왔다. 거리와 건물, 넓은 광장, 도시 전체가 이미지의 경계가 없는 하나의 도화지가 될 수 있다니. 어떤 고정관념이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뒤로 거리를 무대로 한 여러 작업들에 관심을 두고 이미지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다. 옥외 광고는 광고를 위한 자본이 필요하다. 그러나 자본 없이 메시지를 전하는 더 많은 예술가들을 만났다.
그중 게릴라 가드닝이나 모스 그래피티(에코 그라피티(eco-graffiti) 또는 그린 그라피티(green graffiti)라고도 불리는 모스 그래피티는 스프레이 페인트와 같은 독성 화학물질과 페인트를 붓과 이끼로 대체한다), 그래피티 니팅(Yarn bombing)과 같은 작업도 알게 됐다. 그런 작업물들을 아카이브 하며 나도 언젠가 이런 작업들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을 키웠다.
활동들을 아카이브 하며 항상 아쉬웠던 것은 한국에서는 이런 활동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중 night.owlclub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게 됐다. 그들은 기후위기와 그린워싱 등을 주제로 거리에 메시지를 세기거나 씨앗 폭탄을 만들어 뿌리고 다녔다. 내가 동경하던 활동들이었다.
그들의 활동에 뭔가 번뜩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비슷한 활동을 하려면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지원을 받아 그래픽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