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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Apr 09. 2024

민들레의 숙명, 나의 운명

2024년 4월 9일

일주일 만에 찾은 독락당(獨樂堂) 마당에 노란 민들레가 피었다.   예쁘기는 한데 잔디밭에 피어 있으니 잡초다.  저 너른 들판에 피었으면 억센 초록 들풀 사이에서 불끈 솟아 노란 자태를 뽐냈을 테다.  같은 사람이나 민들레도 어디에 피었는지에 따라 인재가 되기도 하고 잡초도 되기도 한다.   사람은 그 자리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민들레는 그저 바람에 날려 어딘가에 처해진다.  독락당 마당에 핀 민들레에게는 그 자리가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노력으로 장소를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 운명인 것이다.  나는 독락당을 선택했다.  창너머로 넉넉한 하늘과 치악산 정상이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곳이다.  산 허리에 아담한 집과 소박한 텃밭이 자연 속에 있다.  내 인생의 3가지 중요한 선택, 운명 중 하나다.


독락당은 '홀로 즐거운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스트레스라는 긴장과 불안은 결국 사람에게서 온다.  강원도 촌놈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고 경쟁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어느 날 마주한 조정권 시인의 '독락당(獨樂堂)'이라는 시는 내 운명의 하나의 방향을 설정해 주었다.  내 마음이 머물러 쉴 수 있는 거처, 독락당을 찾아 내 고향 강원도를 누볐다.  내 마음이 잠시 머물러 쉴 수 있는 산 중에 자리를 마련했다.  자연에 순응하며 원초적인 노동으로 땀 흘리는 단순한 삶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즐거움을 발견했다.  가장 수동적인 쉼의 공간으로 보이지만 나 자신의 의지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공간이다.  따뜻한 봄볕과 훈훈한 봄바람에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가 말라간다.  내 마음도 뽀송하게 마른다.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서서 불 꺼진 독락당을 본다.  내 영혼의 심연이 그곳에 있다.


경쟁 사회에서 내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책을 읽고 종교를 찾고 여행을 했지만 테니스만 한 것이 없었다.  테니스는 비슷한 구력과 실력이라면 멘털 싸움이다.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 파트너와 연대해야 승리할 수 있다.  서로 격려해야 하는 이유는 자신감(Be Confident!)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하나의 스윙에 집중(Concentrate!)해야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  상대의 자신감과 집중력 기세에 눌렸다면 끊어야(Cut!) 한다.  내 옆에 서있는 사람을 받아들이면서 희로애락을 긍정적 감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상대팀의 강점과 약점을 활용하는 단순하고 탄력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과 소통, 그리고 땀 흘리는 경기가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를 발전한다.  내 안에 정체되어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긴장과 불안의 부정적 감정을 배설한다.  라켓을 부딪히며 외치는 파이팅에서 하나가 아닌 둘의 공동체 정신을 공유한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참 오묘하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삼십여 년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만나 같이 살 당찬 결심을 하다니...  인생 최대의 선택, 운명이다.  나에게도 운명이 있다.  아직도 아웅다웅하고 있지만 점점 더 가까워져 이제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평행선,  배우자를 선택했고 가족을 이루었다.  결혼은 공통점 찾기라기보다는 차이점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단편소설의 거장 안톤체호프는 소설에서 결혼을 타고난 절름발이에 비유했다.  오른발과 왼발이 태생적으로 달라 뒤뚱거리며 걸을 수밖에 없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서로를 쳐다보며 왜 같이 바르게 걸을 수 없느냐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친구처럼 크게 웃고 있는 중년부부, 서로 존대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에서 우리는 행복을 발견한다.  1%의 행복한 순간의 힘으로 99%의 덤덤하고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는 것이 부부 아닐까!


사회적 성공이나 남다른 크기의 부는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개인에게는 경계의 대상이다.  내면적 성숙을 방해하거나 오만을 자극할 수 있다.  성공에 도취하면 더 많은 양의 도파민을 찾고 중독에 이르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갈구하면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죽음의 순간에서야 자신의 인생을 마주 한다면 그 인생은 얼마나 후회스럽겠는가!  사람의 인생은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면서 먼 곳을 쳐다보는 것이 선택이라면, 책임을 진다는 것은 땅바닥을 쳐다보면서 한걸음 한걸음 뚜벅뚜벅 걷는 것이다.  먼 곳만 쳐다보면 언제 그곳에 갈 수 있을지 불안하고 지금 이 자리가 힘들고 불만스럽다.  행복을 저 먼 곳에 두지 말고 오늘에서 찾아보자!  지금이라도 내 인생의 운명을 결정해 보자!  나 자신에게 나의 인생을 만들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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