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일
산중에 봄비가 내린다.
푸근한 공기와 소박한 빗소리가 대지에 생기를 깨운다.
겨울을 뚫고 돌사이를 비집고 쑥이 솟았다.
저 쑥을 캐는 가볍고 즐거운 노동을 생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쑥버무리를 만들어 먹을 생각을 하니
내가 즐겁게 자연에 감사하다.
도시인이 시골이라고 부르는 곳에는
이맘때면 봄바람을 타고 여기저기 똥냄새가 난다.
도시인이 봄 소풍 가다 차창을 내리면 불쾌하고 정체가 의문이다.
시골에 고향을 둔 사람들은 안다.
이맘때 똥냄새가
농부의 일 년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라는 것을
가축의 똥으로 만든 퇴비다.
시골에는 농부가 가는 농협 경제사업장이 있다.
일반인도 구매를 할 수 있지만 조합원이면 큰 할인이 있다.
이맘때 똥냄새 풍기는 퇴비는 여기서 팔려 나간다.
그리고 여기저기 밭 둑에 검은 비닐을 씌워 재워 놓는다.
농부 친구 할인으로 한 포에 4,000원에 샀다.
친구가 30평 밭이면 열포면 족하다 한다.
농사가 취미라 모든 것이 서툴어 몸으로 힘으로 밭을 간다.
삽으로 밭을 갈아보니 정말 중노동이다.
매년 밭을 가는데 매번 돌이 나온다.
밭을 갈고 똥냄새 나는 퇴비를 골고루 뿌린다.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에 똥냄새를 맡고 산 모기가 모여든다.
농부 친구가 전화를 했다. '다했어...'
물집이 든 손을 쳐다보며 대답한다. '아니 아직...'
1시간 안에 끝내야지하고 다짐을 한다.
박힌 돌을 오기로 힘으로 빼느라 20분은 허비한 것 같다.
친구가 곡괭이를 들고 나타났다. '에이, 곡괭이를 써야지.'
친구가 앞서서 곡괭이로 골을 만들면 내가 뒤따라 쇠스랑 쟁기로 마무리한다.
일이 수월해지고 속도가 난다.
고구마 재배를 위해 친구의 신농법도 도입했다.
밭 귀퉁이에 봉분을 만들고 비닐을 씌웠다.
여기저기 구멍을 내 고구마 순을 심으란다.
그러면 수확도 싶고 잡초관리도 쉽단다.
봉분 가운데 페트병을 거꾸로 끼워 물을 주란다.
골에는 옥수수를, 봉분에는 고구마를 심어야지.
다음 주에는 골에 비닐을 씌우고 그다음 주에는 모종을 심어야지.
밭 주변에 곰취며 명이며 나물들이 올라왔다.
모종을 심고 첫 물을 주고, 삼겹살에 저 나물로 쌈을 먹어야지.
이런 생각, 저런 상상으로 행복하고 감사하다.
'친구야! 고맙다.' 땅과 바람과 비에도, 그리고 똥에도 감사함을 명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