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안도현 님은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스물네 살의 나이에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고,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어>는 1996년에 첫 출간돼 100만 부 이상 팔렸고 10여 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서른여섯의 나이에 ‘연어의 모천회귀 본능’을 동화적 상상을 통해 시인의 감수성으로 따뜻하고 깊이 있게 풀어냈다. ‘은빛연어’는 모천으로 회귀하는 동안 ‘누나연어’가 죽고 ‘눈맑은연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 동화는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왜 사는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인생의 본질적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은빛연어는 본능에 따라 강을 거슬러 회귀하지만, 결국에는 ‘쉬운 길’이라는 본능을 이기고 ‘폭포’를 뛰어오른다. 마침내 산란과 수정을 마치고 생을 마감하는 극적인 운명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이유를 생각한다.
보통의 연어들이 검푸른 등을 가지고 있지만 은빛연어의 몸은 온통 은빛이었다. 은빛연어는 반짝이는 몸의 빛깔만큼이나 생각도 별스러웠다. 모두들 모천회귀를 본능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할 때 은빛연어는 삶의 의미 자체에 대해서 끝없이 질문했다. 초록강은 괴로워하는 은빛연어를 껴안으며 ‘지금, 여기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삶의 의미라고 이야기한다. 나의 존재 그 차제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주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로 차이를 인식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개인이 모여 조직과 팀을 구성하고 협업하는 것은 공동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의 배경이 되어 다른 생각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새로운 생각을 창조해 낼 때 비로소 우리는 팀으로 연대하는 것이다.
은빛연어가 깨달은 삶의 의미는 무엇이고, 희망은 어디에 있었는가?
<별이 빛나는 것은 어둠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죠? 꽃이 아름다운 것은 땅이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이고요? 그러면 연어 떼가 아름다운 것은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주기 때문인가요?> <그럼 나도 누구의 배경이 될 수 있겠네요?> <우리는 누구나 우리 아닌 것의 배경이 될 수 있어.> 존재 자체가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 준다는 것은 사랑과 연대의 감정에서 파생한다. 은빛연어는 깨달은 삶의 의미는 결국 눈맑은연어와의 사랑과 연어 떼와 초록강과의 연대인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랑과 연대의 감정은 ‘다름’을 가장 돋보이게 한다. 우리가 일하는 조직이나 팀이 구성원 간에 공통의 가치와 원칙으로 연대를 강화해갈수록 ‘구성원의 다름’은 집단지성의 연료가 되어 ‘협업 시너지’의 원천이 될 것이다. 조직이나 팀이 수량적이거나 전략적인 목표를 공유하는 것을 넘어서 연대해야 하는 이유다.
은빛연어에게 하루하루는 힘들고, 꿈과 희망은 멀리 있었다. 수정과 산란이라는 본능은 모천회귀의 목표(?)가 될 수는 있어도 삶 자체의 목적이 될 수는 없었다. 방황하던 은빛연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준 것은 초록강이었다. 서로에게 배경이 되어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연대와 사랑 속에 꿈과 희망은 크거나 멀리에 있지 않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혼자라면 하지 못했을 모천회귀의 길을 묵묵히 같이 걸어가는 모습은 실로 아름답지 않은가! 목적을 공유하고 연대하며 따로 또 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떼 지어 가는 연어의 모습에서 팀으로 일하는 지혜를 배운다. 사랑과 연대가 관심과 걱정을 넘어서 자유를 침해하는 간섭으로 퇴보하지 않는 현명함을 깨우친다. 어깨를 맞대고 생각을 공유하며 팀이 연대한다면 오늘의 노력은 보람찬 땀이 되고, 모두가 공유하는 꿈과 희망은 언제나 옆에 있다.
연어를 위에서 보는 사람과 옆에서 보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물속에 사는 연어는 땅 위에 사는 인간들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물고기를 옆에서 보려고 하지 않고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연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사람들의 눈은 틀림없이 물수리나 불곰의 눈을 닮아 있을 것이다>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우리는 집단 속에 존재하고, 삶이란 결국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조직 속에 존재하는 관계가 건강해지려면 인간 본연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수평적 관계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다름’이 ‘틀림’이 아닌 ‘다양성’이 된다.
기계적 분업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다양한 구성원들의 집단지성으로 창의성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팀으로 일한다. 증기기관이 ‘힘’으로 대표되던 시대에는 리더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일사불란하게 팀을 지휘하며 속도를 높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적 분업의 힘과 속도는 ‘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이 담당하고 있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전략과 창조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조직은 더 평평해지고 있고 대화와 소통을 퍼실리테이팅하며 다양성을 증진하는 일이 리더의 역할이 되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의사결정은 리더의 고뇌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구성원과 함께 대화하며 생각의 대립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공통의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의사결정이 되었다. 리더는 상상력을 가지고 옆에서 쳐다볼 수 있어야 한다. 구성원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은빛연어는 왜 쉬운 길을 두고 폭포 위로 뛰어올랐을까?
<우리 연어들에게는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끝없는 능력이 있다구.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는 거야.> <굳이 그 고통을 사서 할 필요가 있는 걸까?>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 거야.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쉬운 길과 폭포를 뛰어넘는 길에 대한 선택을 두고 쪽집게연어(운명철학자), 지느러미긴연어(선생님), 빼빼마른연어(과학자) 등 다양한 연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무리의 리더, 턱큰연어조차도 두려워하며 허둥된다. 모두가 확신은 없고 데이터나 운명, 지식 만을 이야기한다. 이때 은빛연어가 목소리는 낮았지만 자신 있게 마음의 소리를 전달한다. 예전의 나약하고 부끄럼 많던 모습이 아니었다.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조직에서 리더는 현재의 상황이 잘못되었으니 벗어나야 한다는 변화의 필요성을 구성원에게 설득해야 한다. 변화는 개개인의 마음을 바꾸는 고된 작업이다. 변화에 동참하면 익숙한 많은 것에서 탈피해야 하는 불편함과 불안함이 생긴다. 그래서 리더는 변화를 설득하는 과정에는 확신에 찬 신념으로 구성원 개개인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변화의 필요성과 새로운 도전목표,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혁신의 과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열정을 실어 전파해야 한다. 은빛연어가 구성원의 담대한 도전, ‘폭포에 뛰어오르기’를 설득했듯이, 진정한 리더는 위기의 순간에 변화와 도전의 길에 선두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폭포를 뛰어오르는 것’이 연어의 정신인 것처럼, 변화를 수용하고 도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혁신하는 것이 팀의 정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