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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병묵 Apr 28. 2024

꽃과 봄

2024년 4월 28일

도시에선 벚꽃이 봄의 전령이다.  콘크리트 숲에 잠깐 피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부슬거리는 봄 비에 쉬이 진다.  산중에선 벚꽃이 지는 그때부터 꽃 천지다.  매실나무를 시작으로 살구나무, 앵두나무, 그리고 복숭아나무에 꽃이 핀다.  초록의 풀과 나무를 배경으로 희고, 붉고, 노랗고, 분홍의 꽃이 핀다.  들판의 민들레도 해가 뜨면 노란 자태를 뽐내다 어둠이 찾아오면 지는 것을 반복한다.  '평온과 온화'가 꽃말이라는 꽃잔디는 돌틈과 길가에 초록 잔디를 배경으로 떼로 모여 분홍색 자태를 뽐낸다.  봄은 명도도 채도도 높은 그야말로 형형색색이다.  봄에는 꽃만 피는 것이 아니다.  봄에 피는 새순은 정갈하고 단아하다.  두릅도 쑥도 새순은 연하고 향이 강하다.  그래서 봄은 입도 눈도 즐거워지는 풍요로운 계절이다.


사실 시간이라는 것은 실체가 없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  꽃이 진정한 시간의 실체다.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양적변화는 어느 순간 꽃이라는 질적 변화를 낳는다.  자연에게 시간이란 것은 규칙을 지닌 정적인 존재가 아니라 변화를 의미한다.  미하일 엔데는 '모모'에서 '가슴으로 느끼지 않는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라고 말한다.  인생도 결국은 가슴으로 느끼는 몇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거창한 영웅담이나 아름다운 사랑만 가슴에 남지는 않을 것 같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꽃과 봄을 보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사진 한 장을 찍는 것이 아닐까!  내 옆에 그 사람과 연대하고 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이 또 한 장의 사진이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지나치게 바쁘게 살아간다.  그래서 어느 순간 뒤돌아 보면 시간은 훌쩍 이만치 와있고, 남겨진 사진은 몇 장 없다.  공허하다고 느끼면 인생사진을 찾아 여행을 하고 가슴이 아닌 휴대폰에 사진을 담는다.  SNS를 통해서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진정 인생사진은 가슴속에 나만 고이 간직하는 것인데......  뒤돌아보면 내 인생사진의 배경은 '혼자' 자연과 함께,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과 진한 '연대'의 감정을 느낀 순간이었다.  이제라도 사진을 많이 찍어야겠다.  꽃과 봄을 보면서 조용히 묵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그리고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인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끌려가면서 살아졌던 시간을 뒤로하고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 인생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겠다.   노란 황매화를 보면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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