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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Nov 24. 2022

잘한다, 우리 민재,

시즌이 시작되기 전, 다른 변화들도 조금씩 생겼다.

매년 새 시즌이 시작될 때면 어느 팀이고 나가는 선수, 들어오는 선수가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계약이 만료되면서 새로운 팀을 찾아 팀을 떠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너무나 출중한 실력에 계약기간 중임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다른 팀으로 팀을 옮기기도 한다.

전북현대에도 2019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서 많은 선수들이 들어오고, 혹은 나가기도 했다.


그중 단연코 가장 이슈가 됐던 건 지금은 세계적 괴물이 된 김민재 선수의 이적이다.

프로 데뷔 2년 만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한 김민재 선수는, 국가대표에서도 차세대 주전 중앙 수비수로 이른 시간부터 눈도장을 찍으며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는 중이었다.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 한일전에서 특히나 빛을 발했다)

2018년 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김민재 선수를 눈독 들이고 있다는 여러 팀들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던 중 실제 김민재 선수가 선택한 팀은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이었고, 당시엔 전도유망한 선수가 중국리그의 팀으로 소속을 옮긴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의 무분별한 비난이 끊이지 않기도 했다. (우리 민재를 뭘로 보고!)




2019년 3월 6일 수요일,


새로운 감독과 시작된 2019년 시즌의 리그 개막전에서는 아쉽지만 무승부를 거두었다.

그리고 이어진 시즌의 두 번째 경기가 바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 1차전인 베이징궈안과의 홈경기였다. ACL 첫 경기부터 친정팀을 상대해야 하는 김민재 선수는 낯선 유니폼을 입고 익숙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는 우리의 팀이 아닌 상대팀을 지켜야 하는 김민재 선수와의 운명 같은 한 판이 이렇게 시작됐다.


경기는 전반 이른 시간에 한교원 선수의 선취골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지만, 전반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시간 베이징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1:1의 스코어로 하프타임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후반전,

친정팀을 만난 긴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간 마음고생을 너무 많이 한 탓일까?

후반전이 시작되고 만난 김민재 선수는 이미 너무나 지쳐 보였다. 특히나 치명적인 실수들로 실점 장면에 직접 관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무리한 드리블로 볼을 뺏기며 동국이형에게 득점 기회를 그대로 내주었고, 김신욱 선수와의 헤더 경합에서도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

그러나 김민재 선수의 탓을 하기엔 베이징 궈안의 수비가 너무 엉망이었고, 그마저도 여기저기 커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김민재 선수의 모습이 더 안쓰럽기만 했다.


경기는 최종 스코어 3:1로 끝이 나면서 전북현대에겐 ACL의 좋은 출발을 알렸다.

선수단과 팬들은 경기가 다 끝난 후 서로를 마주 보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함께 했고, 그렇게 모두가 기쁨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저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홈팀 응원석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후 원정 응원단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 김민재 선수였다.

그러기를 경기장에 모인 모두가 마음 아픈 장면을 마주하게 되었으니, 바로 돌아서며 오던 김민재 선수의 눈물이었다. 하프라인을 넘어오기도 전부터 이미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더 잘하고 싶었을 텐데.. 오늘의 경기가 본인은 얼마나 많이 아쉬웠을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저 어린 선수가 이유도 모를 여러 비난들로 인해 오랜 시간 마음고생까지 했을 생각을 하니 내 마음도 아려오기 시작했다.


울지 마, 민재야, 네가 제일 잘했어!


여전히 내 식구 같은 김민재 선수를 보면서 전북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선수의 이름을 외쳐주고 있었다. 팬들의 외침에 김민재 선수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고, 그렇게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위해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더 빛날 '우리' 김민재 선수의 앞날을 모두가 함께 응원해 주고 있었다.

 

이렇게 귀여웠던(?) 우리 민재였는데 이젠 너무 유명해졌다 [사진출처(우)-네이버 블로그 '도그네이처'님]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김민재 선수는 이제 세계 어디를 가서 이름을 대도 알 수 있을 만큼 실력으로 유명해진 선수가 됐다. 베이징 궈안을 거쳐 튀르키예 리그의 '페네르바체 SK'에서 뛰기도 했으며, 현재는 이탈리아 세리아 리그의 'SSC 나폴리'에서 뛰면서 팀을 개막 후 무려 리그 15경기 무패의 팀으로 만들며 1위의 자리에 올린 일등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벌써부터 유럽의 더 큰 리그 팀들의 러브콜 1순위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치러지고 있는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대한민국 하면 손흥민만큼 유명한 선수가 됐으며, 모두의 기대까지 한 몸에 받고 있다. 아마 이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김민재 선수의 가치가 훨씬 더 높아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우리 민재, 잘하는 건 말할 수 없이 완전 좋은데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서 전주에 마실이나 한 번 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








<힘내라, 대한민국! 그리고 특히 내가 우루과이엔 쌓인 게 좀 많아, 다른 경기 다 마찬가지겠지만 첫 경기니까 조금은 더 간절하게! 무엇보다 우리 전북이들 다치지 말고, 물론, 민재도, 재성이도, 준호도 전부 다!

그리고 사우디, 일본 하는 거 보니까 뭐 우리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잖아......?

- 2022.11.24.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 vs 우루과이 킥오프 10시간 전>


#월드컵 #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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