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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ey Dec 22. 2022

아, 진짜, 이놈의 승부차기..

카타르 월드컵이 끝이 났다.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3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며, 메시는 축구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룬 진정한 축구의 신이 됐다. 그에 비해 프랑스는 음바페의 해트트릭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2연패에 실패하고 말았다.

누구 하나 간절하지 않은 이가 없었을 모든 승부의 끝엔 이렇게 기쁨의 승자와 아쉬움의 패자가 필연적으로 나뉘게 마련이다.




2016년, 전북현대가 아시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를 때, 여러 경기들 중 가장 멋진 우리의 경기를 하게 해 준 '상하이 상강'을 3년 만에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다시 만났다.


2019년 6월 19일 수요일,


상하이 상강과의 원정 경기날,

이른 아침, 나도 인천공항으로 향하긴 했다.

다만 같은 날, 다른 비행기를 탄게 문제였지......

중계조차 제대로 보기 쉽지 않은 해외 마실 중이었던 터라 1차전 원정 경기는 그저 결과를 확인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는 전반 이른 시간 문선민 선수의 선제골이 터지긴 했으나, 전반전을 5분여 정도 남기고 상하이 상강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결과는 서로에게 다소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하게 됐다.



2019년 6월 26일 수요일,


상하이 상강과의 16강전 2차전 홈경기날,

상하이도 3년 전의 악몽을 생각하며 결의를 다지고 왔겠지만, 우리에게도 당연히 중요한 승부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우리 팀은 전북다운 공격력을 선보이며 상하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하지만 거의 일방적인 공격과 슈팅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의 골문이 쉽게 열리지가 않아 애를 태우던 전반 27분, 문선민 선수가 오른쪽으로 내준 볼을 건네받은 손준호 선수가 문전으로 올려준 볼이 골대 앞에 있던 김신욱 선수에게 연결이 됐고, 김신욱 선수는 중심을 잃으면서도 정확한 슈팅으로 그렇게 팀의 귀한 선제골을 만들어내게 됐다.

그러자 이번엔 상하이 상강이 각성을 하기 시작했다.

전반 막바지부터 공격의 불씨를 지피더니 후반전엔 정말 여러 차례 위협적인 모습까지 보여주며 몇 번이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의 후방을 선수들이 잘 지켜주고 있는 편이었다.

경기는 종료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이대로만이라도 끝났으면 좋겠다'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던, 이제 오늘의 경기도 10분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세상에나 상하이 상강의 '헐크'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실점 장면이 다소 애매했다. 라인을 벗어난 게 아니냐는 우리 선수들의 어필과 어수선한 상황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이제 경기는 1:1, 원정에서도, 홈에서도 같은 스코어기에 이 경기가 이대로 끝나면 연장전이다.

팀은 남은 정규시간 동안 득점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추가 득점은 없었고, 경기는 결국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

사실 이미 정규시간에 결과를 내지 못하면서 마음을 조금은 내려놓기 시작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팀이었다면 그동안 그 많은 골대 앞에서 1:1로 마주 서는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을 테니까...

경기는 역시나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하기까지 진행하게 됐다.


그래, 승부차기..

작년의 트라우마가 너무 심해 사실 이제 눈 뜨고는 보지 못하는 그림이다.

근데, 이거 진짜,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 피를 말릴 거냐고요......

우리 팀이 승부차기에서 승리한 마지막 경기가 무려 2005년이다. 이후로..

2006년 FA컵 16강전 승부차기 패

2008년 FA컵 8강전 승부차기 패

2011년 ACL 결승전 승부차기 패

2013년 FA컵 결승전 승부차기 패

2014년 FA컵 준결승 승부차기 패

2017년 FA컵 32강전 승부차기 패

2018년 ACL 8강전 승부차기 패


준결승 이상에서만 3번이고, 8강전의 승부차기도 2번이나 있었다.

그런데 오늘 또 승부차기란다......


승부차기는 상하이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상하이의 첫 번째 키커 헐크 성공,

그리고 이어진 우리의 첫 번째 키커는 동국이형,

동국이형이 때린 슈팅은 그대로 상하이 골키퍼의 손에 걸리면서 그렇게 첫 번째부터 실축을 하고 말았다..


우리 모두 이렇게나 간절한데..


승부차기는 결국, 나머지 우리 선수들이 모두 성공을 하긴 했으나, 상하이의 남은 선수들도 전부 킥을 성공시키면서 상하이의 승리로 끝이 났고, 우리 팀은 여기서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아쉬운 여정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무려 14년 동안이나 승부차기에서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하지만 이건 누가 잘하고 잘못해서 얻는 결과가 절대 아니다.

그저 이런 가혹한 상황까지 열심히 싸웠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좌절해야만 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고마울 뿐이고, (마음이 아픈 게 더 크겠지만..)

단지 이런 운에 맡겨야만 하는 승부를 그래도 가능한 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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